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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정치권에 따르면 ‘2023 굿바이전 인 서울’ 전시전이 이날부터 국회의원회관 2층 로비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이 행사는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과 굿바이전시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더불어민주당 강민정·김승원·김영배·김용민·양이원영·유정주·이수진·장경태·최강욱·황운하 의원과 무소속 윤미향·민형배 의원 등 국회의원 12명이 공동주관하는 행사다.
공동주관에 이름을 올린 의원들은 대부분 야당 강경파 의원들의 모임인 ‘처럼회’ 소속으로,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풍자 등 작가 30여명의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었다. 이 작품 중엔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나체로 큰 칼을 들고 있는 그림, 술 취한 윤 대통령 옆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안경쓴 개로 묘사한 그림 등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국회 사무처는 전시회 직전 ‘국회의원회관 회의실 및 로비 사용내규’ 제6조 제5호를 위반한 작품을 전시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사용을 허가한 것’이라며 이를 위반했다는 취지로 자진 철거를 요구했고, 해당 전시작품이 철거되지 않아 의원회관 로비 사용 중지를 통보한 후 철거했다. 해당 조항은 ‘특정 개인 또는 단체를 비방하는 등 타인의 권리, 공중도덕, 사회윤리를 침해할 수 있는 회의 또는 행사로 판단되는 경우 회의실 또는 로비 사용을 허가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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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주최 측 의원들은 민주당 출신의 김진표 국회의장과 이광재 사무총장을 겨냥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민형배 의원 등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철거는 사무총장의 알량한 권한으로 무단 진행한 것”이라며 “국회라는 공간은 그 어느 곳보다도 표현의 자유를 한껏 보장해야 마땅하다. 이 같은 국회의 본질적 역할을 망각한 채, 예술인을 억압한 국회사무처의 오판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웃자고 얘기하는데 죽자고 덤비는 국회사무처를 용납할 수 없다”며 “지레짐작 자기검열은 국회 사무총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무총장을 감독하는 국회의장이 책임져야 한다. 철거한 작품의 조속한 원상복구를 지시해야 한다”고 했다.
민 의원은 이 사무총장과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에서 전시를 왜 못하나, 박정희 전시회도 하고, ‘6·25는 남침이다’ 이런 전시도 한다”며 “대한민국 국회가 생각하는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전시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광재 “이태원 참사 국조가 먼저, 소통 못한 것은 유감”
이 같은 반발에 이광재 사무총장은 “민주당 의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이후에 전시회를 하는게 좋겠다’는 입장이 많은 의원님들의 공감이 있었다”며 “이태원 국조가 한참 진행 중이고 가슴아픈 고통을 겪고 있는 가족분들의 말씀을 많이 듣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전시회를 준비한 관계자분들과 충분히 소통하지 못한 부분은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국민의힘에선 전시회의 내용을 두고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전시하려다 철거된 2023 굿바이전 인 서울은 정치풍자의 수준을 넘은 국가원수에 대한 인신 모독이다. 저질 전시회를 공동주관한 민주당 의원들의 처신도 한심하다”며 “정도라는 것을 망각한 채 자극적 요소만을 살려 선전선동하는 못된 습관을 버리기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