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e뉴스 박지혜 기자] 강의 중 성폭력 폭로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을 비하하고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하일지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사직서를 제출할 생각이지만 학생들에게 사과할 뜻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소설 ‘경마장 가는 길’의 저자인 하 교수는 19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투’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무례하고 비이성적인 고발을 받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 교수는 이날 “대중 앞에서 인격살해를 당해 문학 교수로서 자존심 깊이 상처를 입었고 학생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게 됐다”면서 강단을 떠나 다시 작가의 길을 걷겠다고 밝혔다.
| 하일지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19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100주년기념관에서 연 미투 폄하 논란 관련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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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하 교수는 지난 14일 강의 도중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언급하면서 “피해자도 욕정을 갖고 있었다”는 등 2차 가해를 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었다.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 대해서도 “처녀가 순진한 총각을 성폭행한 내용이다. 얘(남자 주인공)도 미투해야겠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키웠다.
지난 19일 동덕여대 커뮤니티 등에는 한 재학생이 2016년 2월 하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하 교수가 논란이 된 자신의 뜻에 “변화없다”고 밝히자 그를 지켜보던 학생들은 야유를 보냈다
하 교수는 또 “소설가는 인습적인 도덕을 이야기하면 안 된다. 내가 수업 중 한 말이 뭐가 문제라고 생각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학생들이 시쳇말로 아직 철이 없다. 아직 어려서 그렇다. 학생들이 인간 사회 이치에 대해 이해한다면 (이야기가) 달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 교수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하며 몰려든 학생들은 그의 태도에 항의하며 “사과하라”고 소리쳤다.
한편, 동덕여대 측은 이날 오후 5시께 윤리위원회를 열어 하일지의 징계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