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씨 만의 고민이 아니다. 서울 강남의 최대 재건축 추진 단지 밀집지역인 개포지구 전체가 비슷한 문제로 술렁이고 있다. 개포주공 1~4단지와 시영아파트를 포함한 지구 내 총 5개 단지 중 3곳에서 추가분담금이 예상치보다 수천만원 이상 늘어나서다.
조합원들은 “처음 조합을 만들 때는 ‘뻥 분담금’을 공개해 손쉽게 재건축 동의서를 받아놓고 불과 1~2년만에 돈을 더 내라고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유사 ‘불완전 판매’(투자 위험성 안내 없이 상품을 판매하는 것)를 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다. 개포시영 아파트 주민 김학봉(81)씨는 “다들 재건축 사업의 진행 여부보다도 분담금이 최대 관심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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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오는 11일 조합원 분양신청을 앞두고 지난 5일 공개된 개포시영 아파트의 추가분담금은 2012년 말 공개한 예상액 보다 평균 4000만~6000만원 늘었다. 단지 내 가구 수가 가장 많은 기존 42㎡형(이하 공급면적)의 경우 보유자가 새 아파트 85㎡형을 분양받으려면 8935만원을 더 내야 한다. 조합 설립을 앞둔 2년 전엔 분담금이 한 푼도 없었지만, 불과 1년 새 비용 부담이 9000만원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새 아파트 면적이 종전보다 3.3㎡ 정도 넓어졌다는 점을 감안해도 6000만원 가량 증액된 셈이다.
큰 집으로 갈아탈 경우 분담금 증가액은 더 커진다. 기존 62㎡형 집주인이 최대 평형인 172㎡형을 분양받으려면 아파트 면적 증가분을 고려하더라도 예전보다 1억1000만원 이상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
추가분담금이 껑충 뛴 곳은 개포시영뿐이 아니다. 앞서 분담금을 공개한 이웃 개포주공2단지(7000만~1억원)와 3단지(3000만~5000만원)도 조합원 부담이 대폭 늘었다. 이 때문에 조합원들의 반발이 커지자 주공2단지 재건축 조합은 지난 4일 마감하려던 조합원 분양 신청 일정을 오는 20일까지로 보름간 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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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구조적인 문제에서 찾는다. 예상 추가분담금을 처음 공개하는 조합 설립 단계에서 분양 신청에 이르기까지 1년 넘는 시차가 존재하고, 그 사이 건축 계획과 공공기여 방안, 시장 여건 등이 변화하면서 분담금이 점진적으로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재건축 정비전문업체 한 관계자는 “시공사와 조합이 처음 조합을 꾸릴 때는 일단 공사비를 낮췄다가 향후 공사 본 계약을 맺는 시점에 공사비를 올리는 일이 빈번하다”며 “일단 주민 동의부터 끌어내자는 것으로, 이후 주택시장이 침체되면 정작 분양 수익이 떨어져 분담금이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개포지구에서 추가분담금이 가장 많이 오른 개포주공2단지는 조합이 ‘특별 예비비’ 명목으로 예산 500여억원을 책정한 것이 비용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시공사와의 본 계약을 앞두고 공사비 예상 증가액을 사업비에 미리 반영한 것이다.
문제는 현재의 추가분담금도 확정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공사 여건이나 사업 일정, 향후 분양 실적 등에 따라 사업비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김은진 부동산114 팀장은 “최근에는 아파트 재건축 사업성의 관건인 일반 분양가도 낮게 책정하는 경향이 강해져 투자자라면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