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AP 개발 및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는 삼성전자가 왜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됐을까. 업계에선 ‘엑시노스’의 안정성과 직결된다고 입을 모은다. ‘엑시노스’가 아직은 시장의 확신을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검증된 퀄컴 AP로 품질 문제를 최소화하겠다는 결정으로 풀이된다.
8일 퀄컴에 따르면 이 회사의 아카시 팔키왈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애널리스트 대상 기업설명회에서 “‘갤럭시S22’에서 75%였던 퀄컴 AP 비중이 ‘갤럭시S23’에선 ‘글로벌 쉐어’(global share)로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팔키왈라 CFO가 ‘갤럭시S23’의 자사 AP의 비중이 100%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한 건 아니지만, 그간 지역별로 ‘엑시노스’를 병행 탑재했던 ‘갤럭시S’의 상황을 감안하면 사실상 전량 퀄컴 AP가 채용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AP는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핵심 반도체 부품이다. 그간 삼성전자는 ‘엑시노스’를 ‘갤럭시A’ 시리즈, 유럽향 ‘갤럭시S’ 시리즈 등에 탑재하며 자사 AP 키우기에 공을 들여왔다. 경쟁사 애플처럼 자체 AP부터 완제품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루겠다는 목표에서다. 애플은 올 하반기 자체 AP인 ‘A16 바이오닉’ 칩셋을 공개, 신형 ‘아이폰14 프로’에 탑재한 바 있다.
삼성전자도 올초 ‘갤럭시S22’에 ‘엑시노스2200’를 탑재하며 AP 기술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다소 아쉬웠다. 부품업계 한 관계자는 “‘엑시노스2200’도 수율이 낮고 초기 발열 문제 등으로 플래그십폰의 안정성 측면에선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며 “AP 품질을 특히 중시하는 북미 이동통신사들도 ‘엑시노스’ 대신 퀄컴 AP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더욱이 ‘갤럭시S23’에 전량 탑재될 것으로 예상되는 퀄컴 ‘스냅드래곤8 2세대’는 최초로 5G이동통신 밀리미터파 독립모드(SA)를 지원하는 ‘스냅드래곤 X70 5G’ 모뎀이 탑재되는데, 이는 5G 이동통신 속도면에서 경쟁사들을 압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과 저가 중국폰 사이에 껴 힘든 승부를 펼치고 있는 삼성전자로선 5G폰 시장 확대 측면에서도 퀄컴의 차세대 AP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삼성전자가 자체 AP 육성에 손을 놓은 것일까. 그렇지 않다. 여전히 내부적으로 자체 AP 육성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도 차세대 AP ‘엑시노스2300’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향후 ‘엑시노스2300’은 어떤 제품에 탑재될까. 현재로선 동남아 등 신흥시장 중심으로 판매되는 보급형폰 ‘갤럭시A’ 시리즈 탑재가 유력하다. 앞서 중저가폰에 주로 탑재됐던 ‘엑시노스1080’의 경우에도 ‘갤럭시A’ 시리즈의 호조로 올 상반기 두각을 나타낸 바 있다. 일부 ‘갤럭시A’ 시리즈엔 ‘엑시노스’와 함께 대만 미디어텍 AP도 병행 탑재되고 있다.
모바일 업계 한 관계자는 “올초 품질 이슈로 한동안 곤욕을 치뤘던 삼성전자 MX사업부 입장에선 더이상 품질 논란이 불거지길 원하지 않아 퀄컴 AP 탑재를 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엑시노스’에 들어가는 아키텍처를 설계하는 영국 반도체 팹리스업체 ARM 인수전에 최근 삼성이 의향을 보이는 등 자체 AP 육성에 대한 의지는 굳건해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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