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업 "원자재 값보다 해운운임 상승이 더 무섭다”

수출업체 4곳 중 1곳 해운운임 상승에 ‘심각한 차질’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해운운임 문제 대응 어려워
델타 코로나 확산에 물류적체 해소 시점 가늠 불가
  • 등록 2021-09-09 오후 5:18:37

    수정 2021-09-09 오후 5:18:37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수출업체들이 해운운임 상승에 따른 어려움이 원자재 가격상승보다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적 선사의 운임이 오르면서 운송수지 개선이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폭 확대에는 도움을 주고 있지만, 이런 영향이 장기화하면 수출업체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료=한국수출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지난 7월 12일~16일 수출기업 523개사(대기업 51곳, 중소기업 472곳)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심각한 차질’을 겪고 있다는 응답 요인 중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37.1%)보다 해운 운임상승에 의한 영향(39.7%)로 더 컸다.

수출 기업들 “원자재 값 오르는 것보다 해운운임 급등 더 무섭다”

수출업체들의 차질 경험 응답 비율로만 비교하면 원자재가격 상승(72.3%)보다 해운운임 상승(66.9%)이 소폭 낮지만, 심각한 차질을 겪고 있다는 업체들은 해운운임 상승 영향이 2.6%포인트 더 크게 나타났다.

해운운임 상승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글로벌 교역량 확대되고 있으나 주요 항만적체, 선박 공급 제한 등으로 해상물류의 지체가 이어진 탓이다. 네덜란드 경제정책분석국(CPB)은 세계 교역량이 지난해 코로나 직후 급감했다가 이후 빠르게 회복되면서 올해 6월 중 코로나 이전(2020년 2월) 대비 7.6% 높은 수준으로 확대됐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교역량 급증에 비해 선박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조선 전문조사 기관인 클락슨(Clarksons)에 따르면 세계선박발주량은 2019년 월평균 112척에서 지난해 80척으로 감소했으나, 금년 상반기 중 143척으로 증가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 발틱운임지수, 컨테이너 운임종합지수는 각각 875.8, 535.0, 1539.8을 기록했으나, 7월 기준으로 4196.2, 3292.0, 9330.3까지 폭등했다.

해운운임 상승에 따라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업체들은 해운물류 이용률이 높은 산업군이다. 산업별로는 자동차·부품(83%), 섬유(81%), 석유화학(74%), 철강·비철(73%), 기계류(70%) 순으로 해운운임 상승에 의한 수출 차질 경험 비율이 높았다.

자료=한국은행
해운운임 상승, 대응 방안 마땅치 않아…코로나 재확산에 해소 시점 불분명

문제는 해운운임 상승에 따른 문제 해결 방안이 없고, 이를 수출 가격 등에 반영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해운운임 상승으로 인한 기업의 물류비 절감 방안에 대해 설문한 결과, 절반이 넘는 58.7%의 기업이 대응방안이 없다고 응답했다. 그나마 활용하고 있는 대응 방안은 선적거래조건 변경(18.9%), 통관 수수료율 재협상(7.2%), 공동 물류 활용(5.4%), 물류전문기업 아웃소싱(4.9%), 고객사에게 물류비용 부담(1.4%) 순이었다.

‘대응방안 없음’을 답한 기업은 중소기업 59.0%, 대기업 55.6%로 중소기업이 해운운임 상승의 대응방안을 찾는데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선적거래조건 변경의 경우 전문 컨설팅사를 활용하기 때문에 비용 증가 측면이 있고, 거래 바이어사도 설득해야 해 협상 경쟁력 없는 중소기업이 접근하기 어려워 대기업(25.9%)이 중소기업(18.3%)보다 활용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엔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코로나19 재확산 상황이 이어지면서 해운운임 상승의 부정적 영향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인지 예측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9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해상물류 지체 문제가 언제쯤 해소될 수 있을지에 대한 예측이 어려운 상황으로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는 “해상물류 지체 해소 시점에 대해서는 정확한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부분의 수출 기업들이 피해를 본 것과 반대로 해운과 선박 업체들의 경우는 해운운임 상승으로 선박 발주가 늘어나고 수익성이 향상되는 등 긍정적 영향이 각각 67%, 26%를 차지할 정도로 예외적 특수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운송수지 흑자 규모가 지난 7월 역대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은이 지난 7일 발표한 ‘7월 국제수지’ 자료에 따르면 7월 서비스수지 적자폭은 전년 동월 대비 12억2000만달러 줄어든 8000만달러 감소를 기록했다. 이는 운송수지 흑자폭이 전년 동월 대비 15억9000만달러 증가한 15억9000만달러를 기록해 역대 1위를 기록한 영향이다. 지난해 7월 운송수지 흑자 규모는 약 70만달러 수준에 그쳤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코로나 이후 글로벌 물동량이 증가한 것에 비해 선박이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물류적체에 따른 해운운임 상승은 전세계적인 현상이고, 수출 기업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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