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용산으론 안돼”…GTX-D, 대선타고 강남가나

이재명 이어 이낙연도 ‘원안대로’ 압박 가세
이낙연, ‘지옥철’ 김포골드라인 경험
“쉽게 생각말라” 노형욱에 전화
떼쓰기 굴복이냐, 민심 수용이냐
  • 등록 2021-05-17 오후 4:29:10

    수정 2021-05-17 오후 9:49:50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4차 국가철도망계획은 시간이 걸리는데 그걸 인색하게 할 필요가 있나. 개선 여지가 있는 건가, 쉽게 생각하지 말라.”(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국토교통부가 이런 중요한 노선을 대폭 축소한 것에 대한 거센 반발은 당연한 일이다. GTX-D가 원안 통과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른바 ‘김부선’으로 쪼그라든 수도권광역고속철도(GTX)-D노선 논란에 주민들이 강력 반발하자,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들이 가세해 노선 확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경기 김포에서 부천까지만 연결하기로 한 D노선을 서울 여의도나 용산까지 연장하는 방안 검토에 들어갔다. 하지만 김포, 인천 검단 주민 등은 여전히 강남 직결을 요구하는 등 안팎의 압박이 상당해 국토부의 최종 결정에 관심이 쏠린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17일 오전 출근시간에 GTX-D 논란이 있는 김포시 장기역에서 김포공항역까지 김포골드라인 탑승, 출근길 혼잡을 체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민주당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는 17일 오전 ‘GTX-D 원안사수’라는 글귀가 적힌 마스크를 쓰고 ‘지옥철’로 불리는 김포골드라인을 탔다. 중도에 잠시 내린 이 전 대표는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여 GTX-D 노선 확대를 주문했다. 이 전 대표는 “교통 복지 이전에 교통 정의에 관한 문제”라며 “더 외면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포·검단 주민의 모임인 GTX-D 강남직결 범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이낙연 전 대표는) 대선주자로서가 아니라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직접 최악의 혼잡을 경험했다고 본다”며 “직접 경험했으니 우리 요구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10일 이재명 경기지사도 김포한강신도시~부천~강남~하남을 연결하고, 부천에선 청라-인천국제공항을 연결하는 GTX-D의 와이(Y)자 노선 원안 통과 필요성을 주장했다.

경기도와 인천 서구청, 서울 강동구청과 하남시 등 지자체들에 이어 여권 유력 대선주자들까지 모두 한목소리로 ‘원안 통과’를 촉구하고 나서면서 국토부의 입장이 난감해졌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이날 이낙연 전 대표의 전화에 “정부로서 어떻게 쉽게 생각하겠느냐”고 답하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국토부는 GTX-D 노선안 발표 후 김포, 검단 주민들의 원성이 빗발치자 일단 부천에서 끝나는 D노선을 서울 여의도나 용산까지 잇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부천에서 여의도나 용산까지는 GTX-B 노선(인천 송도~경기 남양주 마석) 선로를 같이 쓰는 방식으로, 김포와 검단에선 GTX-D를 타고 환승 없이 여의도나 용산까지 이동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원안대로 강남 직결’을 요구하고 있다. 범대위 관계자는 “김포에서 여의도를 가려면 부천을 들르지 않고 김포공항에서 9호선 가면 되지, 오히려 돌아가게 돼 시간이 더 걸린다”며 “수도권 서북부에 사는 우리가 동쪽 지역으로 환승없이 이동할 수 있게 원래 계획대로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자체와 지역구 의원 사무실, 김포 한강중앙공원 등에서 촛불 시위를 이어온 범대위 측은 조만간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가 나서서 결단해줘야 한다”며 “우리 70만 시민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10조원 이상의 사업비가 들고 서울지하철 2·9호선과 노선이 겹쳐서 안된다더니, 국토부가 이제와서 강남 직결로 바꾸면 떼쓰기에 굴복하는 나쁜 선례를 만드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경제성만 따질 일이 아니다”면서 “대선 등 큰 선거가 있고 여당이 나섰기 때문에 민심을 받아들여 원안보다 많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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