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군사작전을 선언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정세를 둘러싼 정보전도 격렬해지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소셜미디어(SNS)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가짜 뉴스·영상 등을 배포하고 있다.
| 러시아 타스통신이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러시아 영내로 침입해 5명을 사살했다고 보도한 뒤 소셜미디어(SNS)에 떠돌고 있는 관련 영상. (사진=니혼게이자이 신문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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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24일 “SNS에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러시아 및 친러시아 보수주의 통치 지역을 침략하는 듯한 다수의 동영상이 떠돌고 있다”면서 “전문기관 등이 분석한 결과 가짜 동영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역시 러시아가 자군이 공격을 받고 있는 듯한 영상을 자작·배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지난 21일 러시아 영내로 침입한 우크라이나군 차량을 러시아군이 파괴하고 5명의 우크라이나군을 살해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이 사건에 연루된 우크라이나군 병사가 헬멧 카메라를 통해 촬영했다는 영상이 SNS에 확산했다.
영상에는 병사와 차량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하지만 영국 온라인 탐사보도 매체 벨링캣은 해당 차량이 ‘BTR70M’ 장갑병원 수송차량이라고 판단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은 BTR70M을 운용하지 않고 있다는 게 벨링캣의 설명이다.
우크라이나 역시 “정부군은 러시아군을 공격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며 러시아에 당장 가짜 영상 제작·배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타스통신은 또 러시아군 남부군관구 발표를 인용해 해당 사건이 발생한 현장이 러시아 로스토프주 미탸킨스카야 마을 인근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일본 경제신문은 영상에 담긴 나무의 위치 와 인공물 등을 단서로 구글맵과 비교·대조해본 결과, 촬영 장소는 미탸킨스카야에서 남서쪽으로 약 180㎞ 떨어진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의 통치 지역 국경 인근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이 통치하는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독립을 선언하며 공개한 우크라이나 정부군과의 총격전 영상은 열흘 전인 8일에 제작된 영상으로 확인됐다. (사진=니혼게이자이 신문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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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에는 독립 선언을 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이 텔레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침입’ 영상을 공개했는데, 이 역시 과거 동영상을 재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영상에는 DPR에 침입을 시도한 우크라이나군과의 친러 반군 간 총격전이 담겼다. DPR은 우크라이나군의 범죄를 나타내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본 경제신문이 동영상 메타데이터(속성정보)에 남는 편집 이력을 분석한 결과 열흘 전인 8일에 제작된 영상으로 확인됐다. 벨링캣은 “해당 영상에는 2010년 유튜브에 투고된 동영상의 ‘폭발음’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가짜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DPR 수장 데니스 푸쉴린은 18일 우크라이나 정부군에 의한 포격이 격화하고 있다면서 주민들을 러시아로 피난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동시에 자신의 텔레그램 계정에 관련 영상을 게재했다.
이 역시 메타데이터 분석 결과 영상 작성일이 16일로 밝혀졌다. 미 언론 악시오스는 “대규모 포격은 17일 발생했다”면서 러시아의 허위정보 유포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한 기초작업으로 사전에 계획된 것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