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전형적인 권력형 토건 비리다.”, “전 정치 생명 걸겠다, (의혹 제기한 후보도) 같이 걸어야 할 것이다.”
지난 20일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이 한자리에 모인 2차 방송토론회. 앞서 치열한 예비경선(컷오프)을 거쳐 당원들의 선택을 받은 최종 4인의 후보들은 서로 거친 공격을 하며 설전을 벌였다. 각 후보들은 총 1시간 40분가량 진행된 토론회 시간 대부분을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과 부동산 의혹, 과거 언행 등을 꼬집는데 할애했다.
김기현 후보는 본인을 향한 ‘KTX 역세권 부동산 투기 의혹’ 압박이 거세지자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해당 사안을 검증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 전날 바른전당 전 당협위원장이 김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한 상황에서 안철수 후보 측이 “실명 이름도 못 밝히는 공갈빵 지지 선언”이라고 지적하자, 하루 지나 해당 명단을 공개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안철수 후보에 대한 이념 논쟁(색깔론), 천하람 후보에 대한 ‘이준석 아바타’ 논란 등 비방전이 도가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급기야 당 선관위에서 각 후보들에게 네거티브 금지령을 내렸지만 이후 혼탁한 선거전 양상은 더 과열되고 있다. 당대표 뿐만 아니라 최고위원 후보들도 진흙탕 싸움에 가세했다. 민영삼 최고위원 후보는 이준석계 후보들을 싸잡아 ‘마약과 같다’고 비유했다. 또 청년최고위원 후보 중 친윤계 장예찬 후보와 비윤계 이기인 후보는 서로의 선거 활동과 공약 등을 지적하며 ‘구닥다리 진보대학생’ 설전을 벌였다.
하지만 정작 필요한 당 지도부가 되면 당을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이끌 것인지에 대한 얘기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당대표나 최고위원은 집권여당의 지도부로서 민심을 듣고 정책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또 당정 관계의 가교 역할을 하며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돕는 중요한 자리다. 국민들이 궁금한 것은 후보들의 흠집이 아니라 집권여당의 방향성이다.
| 지난 20일 서울 중구 MBN 스튜디오에서 열린 TV토론에 앞서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교안, 천하람, 김기현, 안철수 후보.(사진=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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