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세 LG에너지솔루션 경영전략총괄 전무는 5일 기자단을 대상으로 한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SK이노베이션이 제안하고 있는 합의금 규모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규모와는 매우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일시금, 지분, 로열티 등 3가지 방식을 모두 포함한 방식으로 합의금을 산정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이 이날 컨퍼런스콜까지 열며 양사간 합의 문제를 다시 한 번 거론한 것은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공개한 최종 의견서에서 비롯됐다. ITC는 SK이노베이션의 문서 삭제 행위, 문서 삭제가 정기적 관행이라는 변명, 문서 삭제 은폐 시도는 노골적 악의(flagrant bad faith) 하에 이뤄진 것이라고 적시했다. 아울러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 11개 카테고리 내 △BOM(Bill of Materials, 원자재부품명세서) 정보 △선분산 슬러리 △음극·양극 믹싱 및 레시피 △더블 레이어 코팅 △배터리 파우치 실링 △지그 포메이션(셀 활성화 관련 영업비밀 자료) △양극 포일 △전해질 △SOC추정 △드림 코스트(특정 자동차 플랫폼 관련 가격, 기술을 포함한 영업비밀 자료) 등 22개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한웅재 LG에너지솔루션 법무실장(전무)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협상의 문은 열려 있지만, 지난달 10일 ITC 최종 판결 후 지금까지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협상 관련 제안을 받은 게 없다”며 “미국 연방비밀보호법에 따르면 영업비밀 침해로 당사가 과거에 입은 손해, 미래에 입게 될 손해, 악의적 기술탈취 행위로 인한 징벌적 배상 고려 등을 고려해 SK이노베이션에 협상을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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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ITC에서 소송을 벌인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사례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로열티, 일시금 등을 포함한 방식으로 합의를 이룬 바 있다. 장 전무는 “우리 역시 일시금, 지분, 매년 로열티 지급 등 3가지 방식을 모두 섞은 방식으로 합의금을 산정할 수 있다”면서 “다만 배터리 시장의 10분의 1도 채 안되는 보톡스 시장 규모에도 총액 4000억원에 합의를 한 메디톡스 사례를 보면 우리의 경우 배상액이 어느 수준일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SK이노베이션이 끝까지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경우 ‘원칙’대로 하겠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한 전무는 “SK이노베이션이 진정성 있는 자세로 합의에 나서지 않으면 원칙대로 우리가 정한 길을 가면 된다”며 “미국에서 남아있는 소송을 성실히 수행하는 것이다. 합의가 안될시 징벌적 배상까지 포함하면 (배상금 자체가) 얼마가 될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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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받을 합의금이 최근 화재 발생으로 이뤄진 현대차 코나 전기차 리콜 비용으로 사용될 것이란 추측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지난 4일 LG에너지솔루션은 코나를 비롯한 전기차 리콜 비용을 현대차와 분담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인 LG화학이 지난해 실적에 수정 반영한 리콜 비용은 5550억원이며 선제적으로 쌓았던 충당금까지 포함하면 LG에너지솔루션이 부담하는 리콜 비용은 총 6000억원대로 추정된다.
한 전무는 “합의금을 받아서 리콜 비용 분담금으로 활용하는 일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소비자 안전을 위해 현대차와 원만하게 합의했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장 전무 역시 “만일 SK이노베이션과의 합의금으로 리콜 비용을 충당할 생각이었다면 전액 일시금으로 합의해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서 “가치를 정당하게 보상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ITC 판결이 향후 기업공개(IPO)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끼칠 것으로 평가했다. 장 전무는 “ITC 판결은 배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기술가치의 중오성, 영업비밀이라는 무형의 가치를 인정한 중요한 판결”이라며 “이 같은 취지를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