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은 회장이 일찌감치 LS그룹을 이끌 차기 총수로 낙점됐고, 그룹 미래혁신단장을 맡아 그룹의 체질 개선 작업을 주도한 만큼 디지털 전환(DX) 등 그룹 내 혁신 경영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이번 총수 교체는 사촌 간 약 10년을 주기로 그룹 회장을 돌아가며 맡는 그룹 전통에 따른 것이다.
LS그룹은 2003년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넷째·다섯째 동생인 고(故) 구태회·구평회·구두회 삼 형제가 LG그룹에서 전선·금속 부문을 계열 분리하며 출범했는데, 삼 형제는 그룹 운영을 함께하면서 각자의 장자가 돌아가며 그룹 회장직을 승계하는 방식을 약속했다.
이번에 취임하게 되는 구자은 회장은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의 외아들로, 2세 경영의 마지막 주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LS그룹 총수 일가는 수년 전부터 구자은 회장의 승계를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구자은 회장은 2018년 그룹 지주사인 ㈜LS 사내이사로 합류한 데 이어 LS엠트론 회장직에 올랐고, 2019년엔 그룹 미래혁신단장을 겸임하는 등 그룹 전반에 영향력을 키워왔다. 승계의 열쇠가 될 ㈜LS 지분도 꾸준히 확대하면서 현재 지분율 3.63%로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
구자은 회장은 미래혁신단장으로서도 계열사별로 추진 중인 디지털 전환 과제를 촉진하고 애자일(agile·민첩) 경영 기법을 전파하는 등 그룹의 디지털 미래 전략을 이끌어왔다.
LS전선이 올해 도입한 온라인 기업 간 거래(B2B) 판매 시스템인 ‘원픽’(One Pick)은 구자은 회장이 주도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 사례 중 하나다. 케이블 유통점이 본사와의 전화·이메일을 통해 제품 재고를 확인하던 방식을 버리고 온라인 시스템을 도입해 유통점에서 실시간 재고 파악 등을 할 수 있게끔 했다. 수 시간이 소요되던 작업은 원픽 도입 후 1분 내로 단축됐다.
한편 구자은 회장 취임으로 2세 경영 승계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3세 경영 승계에도 관심이 쏠린다. 앞선 세대의 원칙대로라면 3세 경영의 첫 주자는 구자홍 회장의 장남 구본웅 포메이션그룹 대표여야 하지만, 구본웅 대표는 현재 LS그룹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2세 사촌 사이에서 3세 경영을 두고 새로운 승계 약속을 정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재 LS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3세는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사장, 구본규 LS엠트론 부사장, 구동휘 E1 전무, 구본권 LS니꼬동제련 상무 등으로, 재계에선 이들 중에서 3세 경영이 시작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