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민주국가가 아니다"…터키, 쿠데타 진압후 악화일로

교육·언론계로까지 숙청 칼날…도전받는 터키 민주주의
리라 떨어지고 증시도 급락…금융시장도 동요
  • 등록 2016-07-20 오후 3:41:03

    수정 2016-07-20 오후 3:41:03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귤렌(좌)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우)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터키 군부 쿠데타 진압 이후 터키 민주주의는 오히려 더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쿠데타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자작극이라는 의혹이 높아진 가운데 숙청 대상과 수위가 높아지면서 터키 내부에서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안정되는 듯했던 터키 금융시장도 다시 동요하는 모습이다.

거센 숙청 바람…터키 민주주의 도전

터키 고등교육위원회는 터키 내 모든 국공립 및 사립대학 학장 1577명에게 사표를 제출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국영 TRT방송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터키 보수언론인 예니 사팍은 터키 정부가 2만1000명의 사립학교 교사의 교원자격증도 취소했다고 전했다. 쿠데타가 무위로 돌아간 이후 피의 바람이 군인, 판검사, 공직자에 이어 교수와 교사로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올해 초 교육계와 한차례 부딪혔다. 교육계가 쿠르드족과 오랜 기간 분쟁을 벌여온 정부를 비난해왔고 올 초에는 1000명 이상의 교육계 인사들이 터키 남동부의 평화를 요구하는 탄원서에 서명하면서 정부와 마찰을 빚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교육계 인사 상당수가 재판에 넘겨졌고, 일부는 해고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교육계 인사 숙청을 벼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터키 라디오·방송위원회는 미국으로 망명한 이슬람 학자 펫훌라흐 귤렌과 연관이 있는 언론사의 허가를 취소했다. 귤렌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쿠데타 배후로 지목하면서 미국에 송환을 요청한 인물이다. 귤렌과 연관있는 TV와 라디오 등 24곳이 무더기 취소를 당했다. 터키에서의 언론의 자유는 이제 여느 독재국가 못지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처럼 막무가내 숙청이 이뤄지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쿠데타 세력에 대한 수사는 민주제도와 법치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강화하는 식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귤렌은 터키정부가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귤렌은 이날 기자들에게 “(터키가) 더는 민주주의라 할 수 없다”며 “나라를 이끄는 자들이 흡혈귀처럼 나를 억누르고 탄압하고 싶어 하더라도 나는 반(反) 민주적 방법으로 그들을 제거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쿠데타 배후가 자신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리라화 급락…증시도 불안

터키 내 불안감이 이어지면서 금융시장도 얼어붙었다. 19일 터키 리라는 달러화에 대해 3.0423리라를 기록해 전일대비 2.1% 하락했다. 이는 지난 1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터키 주가도 미끄러졌다. 이스탄불 100지수는 18일 7.1% 밀린데 이어 이날 1% 추가 하락했다.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아이셰어스 MSCI 터키 상장지수펀드(ETF)도 주당 37.01달러로 5.1% 하락해 지난 2월29일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터키 중앙은행은 이날 하루 만기 대출금리를 기존 8.75%에서 8.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다른 기준금리인 일주일 만기 환매조건부채권 금리와 하루 만기 차입금리는 동결했지만, 대출금리 인하로 리라화는 하락압력을 받았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터키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외국인 자금유출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해외 자본이 일시에 빠져나가면 터키 리라화는 약세가 불가피하다.

갈수록 거세지는 숙청 바람도 금융시장 불안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브라운브라더스 해리먼의 이머징통화 전략 담당 헤드인 윈 씬은 “숙청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신용등급 강등 검토 뉴스가 더 크지만 대학 학장 전원에게 사표를 내라고 요구했다는 뉴스가 투매를 불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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