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중소건설사의 ‘돈맥경화’가 심화하면서 책준형 관토신 방식 상품을 활용한 사업지의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자금난을 견디지 못한 중소건설사는 결국 파산에 이르고 있다. 그나마 어렵게 사업을 이어가는 중소건설사는 시장 한파에 미분양이 쌓이고 있고 여전히 높은 금리로 유동성이 쪼그라들어 적자가 느는 상황이다.
돈줄이 막힌 이들 건설사는 하도급업체에 지급할 대금마저 부족해 준공날짜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신탁사와의 계약상 준공기간을 맞추지 못하면 원리금 상환은 물론 손해배상까지 강력히 패널티를 물어야 한다. 미분양으로 대금을 치르기 어려우면 유치권도 제한될 수 있어 도산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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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이 쌓이면서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다. 책준형 관토신 계약에는 책임준공 의무와 유치권 등 이의제기 제한, 시공사 교체 시 일방적 부담 등의 조항을 포함하고 있는데 미분양이 쌓이면서 공사를 진행하기 어려워졌음에도 건설사가 신탁사에 이의제기 한 번 못하는 독소조항으로 작용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탁사의 신규수주 자체가 줄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토지신탁 수탁고는 지난해 12월말 기준 101조5102억원이었는데 올 들어 감소하기 시작해 지난 4월말 98조272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책준형을 포함한 관리신탁 수탁고는 올 들어 11조원대로 올라서며 지난해 10월 수준까지 회복했으나 성장폭은 둔화하고 있다.
김정주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책준형 관토신 약정 하에서는 부실에 따른 손실위험이 일차적으로 건설사에 집중돼 있다”며 “지역 중소건설사의 대량 부도사태 발생 시 부동산신탁사와 대주단으로 참여한 금융기관의 손해도 피할 수 없어 사업참여 간 위험 배분을 통해 사업의 악화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