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만기까지 홍콩H지수가 반등하지 못하면 일부는 손실 위험에 그대로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 홍콩H지수가 반등세를 보이면서 상환 여건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번지고 있는 만큼 속단은 이르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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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홍콩H지수 연계 ELS는 올 하반기 2조3000억원, 내년 13조9000억원 규모의 만기가 도래하는데, 2021년 고점 대비 반 토막이 나면서 원금 손실이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홍콩H지수는 지난 2021년 2월 1만2000선을 돌파한 뒤 줄곧 하락세를 보이다 지난해 10월에는 2006년 이후 약 16년 만에 처음 5000선이 붕괴됐다. 이후 올해 1월 7700선을 고점으로 다시 하락해 최근 6900선까지 내려왔다.
가령 2021년 상반기 고점에서 상투를 잡은 투자자들은 손실 구간이 55% 수준인 상품의 경우 현재 지수(6900대)에서 300~1400포인트가량만 떨어져도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실제 한 은행에서 2년여 전 판매해 만기가 도래한 홍콩H지수 기초 ELF는 40억원의 원금 손실이 확정됐다. 투자 원금 103억원 중 약 40%에 해당하는 금액의 손실이 발생했다. 지금까지 은행권에서 개별종목이 아닌 지수가 손실이 난 경우는 전례를 찾기 어렵다.
결국 관건은 향후 홍콩H지수의 향방이다. 전문가들은 내수 부진을 타파하기 위한 중국 당국의 소비 진작 종합 대책과 미국의 대중국 투자 제한 조치 이슈에 주목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다음 달 중국의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자국 기업들의 투자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투자 금지안이라는 것이다. 또 중국 당국은 내수 부진이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자 소비 진작을 위한 종합 대책을 내놓은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한 PB팀장은 “최근 중국 정부의 소비 진작 방안과 미국의 대중국 투자 제한 이슈가 공존하는 가운데 8월과 9월 사이에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중요해졌다”면서 “중국 정부에서 소비진작책을 강하게 밀어 부치면 규제 완화를 하거나 소비 회복에 대한 이슈를 부각시킬 수 있어 7000선 이상 반등을 보일 수 있다. 다만 시기마다 ELS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손실 여부의 편차는 존재해 추이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소매 판매 증가로 하반기 중국증시에 대해서 긍정적 견해가 나오고 있지만 당장 7월 중에 홍콩H증시가 강하게 상승하지 않는다면 3분기 홍콩H증시 관련 조기상환 감소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감원은 파생결합증권 발행과 운용을 조사하며 향후 파생결합증권 투자자 손실 가능성 등에 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1분기 글로벌 주요 지수 회복세 등으로 조기상환이 늘었고 신규 낙인 발생 규모도 미미하지만 향후 대내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를 대비해 홍콩H지수 및 낙인 발생 관련 투자자 손실 가능성에 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