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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사장)가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IT·가전박람회 ‘CES 2022’를 통해 글로벌 무대에 데뷔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3세 경영인’인 정 대표가 그룹의 미래로 가장 먼저 제시한 기술은 ‘선박 자율운항’이다. 올해 창립 50년을 맞는 현대중공업그룹이 이제는 미래 해양 모빌리티 시장에서 기술개발과 혁신으로 새로운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다.
정 대표는 물론이고 현대중공업그룹 역시 CES에 처음으로 참가했다. 이는 조선업계 최초이기도 하다. 이번 CES 참가에 대해 정 대표는 “CES는 글로벌 기업들의 기술 혁신이 펼쳐지는 장소”라며 “이번 참여를 통해 우리가 갈고 닦은 기술과 미래 비전을 보여주고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이날 개최한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조선·해양과 에너지, 기계 등 그룹의 3대 핵심사업을 이끌어 나갈 혁신기술로 △자율운항기술 △액화수소 운반 및 추진시스템 기술 △지능형 로보틱스 및 솔루션 기술 등을 꼽았다.
그는 “우리의 선박들은 재생 에너지와 인공지능(AI) 기반의 자율운항시스템으로 운항하면서 바다에서 완전히 새로운 이동의 자유를 줄 것”이라며 “바다를 단순히 목적지로 향하는 통로가 아닌 그 자체로 새로운 가능성을 가진 공간으로 바라보는, 바다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강조하는 자율운항기술은 현대중공업그룹이 관련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2020년 12월 설립한 자회사 아비커스가 전담한다. 그룹의 첫 사내 벤처기업인 아비커스는 AI로 작동되는 자율운항 운항보조시스템 ‘하이나스’(HiNAS)와 이접안보조시스템 ‘하이바스’(HiBAS)가 주요 기술이다.
하이나스는 테슬라의 오토파일럿과 유사한 기술로, 카메라 레이다 등 다양한 센서로 장애물 자동 인식, 전체적인 상황을 판단해 최적의 운항경로를 안내한다. 하이바스는 자동차 서라운드 뷰와 유사한 기술로 자력으로 작은 보트를 직접 제어해 이접안을 가능하게 해준다.
자율운항 선박 시장은 경쟁자인 일본, 중국에 비해 선박 기술이 고도화된 국내 조선사들이 강점을 갖고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시장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자율운항 기술로 우선 소형 선박을 공략할 계획이다. 대형 선박보다 소형선인 레저보트 시장의 성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해양수소 밸류체인 구축을 위한 그린수소 생산기술, 액화수소 운반선 등도 현대중공업그룹의 새 먹거리다. 이날 함께 참석한 김성준 한국조선해양 미래기술연구원장은 “현대중공업그룹은 오는 2025년까지 100MW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플랜트 구축, 세계 최초의 2만입방미터급 수소운반선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능형 로보틱스도 새로운 성장동력 중 하나다. 이미 계열사인 현대로보틱스는 지능형 서비스 로봇과 관련해 KT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바 있다. 현대로보틱스 서비스 로봇의 강점으로는 자동 충전 장치가 꼽힌다.
정 대표는 기술 혁신의 필요성을 절감했던 과거 상황을 회상하기도 했다. 그는 “2014년부터 2년간 조선업 불황으로 5조원 가까이 적자가 났던 상황에서도 기술개발에 대해 절박하게 고민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당시에 느꼈던 것은 차별화된 기술의 중요성이었다. 단순히 덩치만 큰 회사가 아닌 기술적으로 가장 앞서있는 종합중공업그룹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