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간 집중 체질개선‥광범위한 ‘부실털기’에 적격
P플랜은 기본적으로 법원이 주도하는 기업회생 절차다. 자율적 법정관리와 워크아웃의 장점을 결합해 기업이 살아나도록 빚도 줄여주고 지원도 해 주는 개념이다. 법원이 주도하다보니 구속력 있는 채무조정을 하면서 신규자금을 가급적 빨리 투입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채권단 대표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시중은행이 미리 만들어놓은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면 회생법원이 자료를 검토한 뒤 채권자의 출자 전환(대출을 자본으로 전환) 비율 등을 정하는 채무 조정을 확정한다. 이때 모든 채권자가 공평하게 손실을 부담해야 하며 청산가치를 넘어서는 무담보 채권은 모두 출자전환해야 한다.
실제 P플랜이 가동되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시중은행, 사채권자를 포함한 모든 채권자가 동일하게 무담보채권 기준으로 90% 출자전환을 해야한다. 자율적 채무 재조정(사채권자 50%, 시중은행 80% 출자전환) 보다 출자전환 비율이 훨씬 높다. 여기에 분식회계 관련 우발채무를 포함해 광범위한 위험요인도 일시에 털어낼 수 있다.
법원 주도로 짧은 시일 내 강력한 다이어트 과정을 통해 기업체질을 개선하는데 성공한다면 대우조선이 군살 없는 몸으로 다시 탄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임정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 입장에서는 자율 구조조정(워크아웃)보다 회생절차가 빠르고 채무조정 규모가 커 회생가능성이 커진다”면서도 “채권단 입장에서 워크아웃 이후에도 살아나지 못해 다시 자본을 투입해야 하는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가보지 않은 길‥수주계약 취소 위험 커져
여기에는 파산 가능성이 거론되는 유전개발업체 시드릴이 발주한 드릴십 2척과 인도대금 협상이 진행 중인 앙골라 소난골 드릴십 2척이 포함돼 있다. 2건의 계약만으로 최대 2조원을 날리게 되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P플랜 돌입시 RG 콜규모가 7000억원~8000억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P플랜도 일종의 법정관리라 수주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올해 목표인 20억달러는 달성한다해도 당장 내년 목표(54억달러)를 맞출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러다보니 자연스레 자율 구조조정보다 돈이 더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우조선을 실사한 회계법인들은 자율적 구조조정시 신규자금으로 2조9000억원이 예상되지만 P플랜에 돌입하면 적게는 3조3000억원, 많게는 3조5000억원 가량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 두려운 것은 불확실성이다. 대우조선이 P플랜에 돌입하면 국내에선 첫 사례가 되기 때문이다. 성기종 미래에셋대우 연구위원은 “지금으로서는 P플랜의 영향과 파장을 계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도 “P플랜 리스크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 가급적 자율적 구조조정을 선호하는 것”이라며 “신규자금 규모 등은 법원에 제출할 사전회생계획안에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