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검경 수사권 조정 및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시행 이후 형사사법시스템에 구조적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 검찰 안팎에서 제기됐다.
|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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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은 2일 ‘변화한 형사사법시스템의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2024년 제3회 형사법포럼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포럼은 2021년 1월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 및 ‘검수완박’ 법안으로 인해 지난 70여년간 유지돼온 형사사법제도가 크게 변화한 가운데 이로 인한 수사·재판 절차 지연과 범죄 대응역량 약화 등의 부작용을 진단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개최됐다.
이날 정혜승 서울동부지검 검사는 ‘검경 수사권조정으로 변화한 수사 실무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정 검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 및 검수완박은 ‘정치검찰’ 비판을 명분으로 시작됐으나, 실제로는 형사사건의 99%를 차지하는 민생범죄 사건 처리 절차가 대대적으로 바뀌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정 검사는 현 형사사법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로 4가지를 꼽았다. △복잡한 절차로 인한 국민 권리구제의 어려움과 사건 관리의 비효율성 △검사의 사법통제 기능 약화 △검경 간 ‘사건 핑퐁’ 현상 △고발인을 이의신청 주체에서 제외함으로써 발생하는 사회적 약자 보호의 공백 등이다.
이에 대한 개선 방안으로 정 검사는 “절차의 간이화·효율화, 검사의 경찰에 대한 사법통제 기능 강화, 경찰의 수사 책임성 제고 방안 신설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발표 후 이어진 토론에서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검경의 합리적 분업체계 붕괴로 고비용·저효율의 수사시스템으로 변화했고, 특히 장애인·아동 등 취약 계층 피해자에 대한 수사 공동화 현상이 발생했다”고 우려를 표했다.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법무법인 S&L파트너스 변호사는 “형사사법시스템이 정상궤도를 이탈한 지 오래됐고 형사사법정의가 실종됐다”며 “수사권 조정을 전면 재검토하고, 체계적인 미제 관리, 근본적 조직개편 등 검찰 수사실무를 전면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검찰청은 “앞으로도 학계 및 실무와의 소통을 확대해 바람직한 형사사법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