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화된 세계 경제성장과 낮은 상품 가격은 수출에 의존적인 아시아 각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내리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12일 미 경제매체 CNBC가 보도했다.
모건스탠리 아시아 경제 이코노미스트 데릭 캄은 “만약 아시아 외부 지역의 수요가 약하다면 정책 당국자들은 디플레이션(마이너스 물가상승률) 압력을 떨치고 국내 수요를 높이기 위해 긴급하게 행동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앞으로 몇 달 간 추가적인 통화 완화 정책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올 들어 인도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두 번 인하했다. 지난 달엔 인도네시아, 중국이 각각 0.25%포인트 금리를 내렸다. 태국도 11일 1.75%로 0.25%포인트 깜짝 인하했다. 태국에 이어 한국은행도 이날 기준금리를 1.75%로 사상 첫 1%대로 내렸다.
캄은 “올해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등) 통화 완화 정책을 펼 것”이라고 밝혔다. 추가 금리 인하 대상에 한국은 언급되지 않았다.
약한 해외 수요..수출 중심 亞 흔들
미국 경제가 살아나고 있지만, 그 성장세가 둔화된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성장을 만회할 만큼 강하지 않다. 미국 경제성장률은 올해 3.6%인데 반해 일본은 0.6%,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1.2% 성장할 것이란 게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이다.
미국은 2013년 6월 이후 아시아 전체 수출 회복의 중심축이 됐지만, 고르지 못한 세계 경제 회복세로 아시아 국가의 경제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제조업 수출은 매년 4~6% 성장했지만, 지난 3년간의 상품 가격 하락을 상쇄할 만큼 강하지 않았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여름부터 반토막났고, 광물 연료도 20% 가량 하락했지만 경제엔 별 도움이 안 됐다.
수출은 2013년 기준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53.9%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고 세계은행(WB)은 설명했다. 그러나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수출은 지난 2월 전년동월비 3.4% 하락했다. 중국도 수출이 GDP의 24.6%를 차지한다.
디플레 압박감..ECB 돈 풀기, 亞로 유입
국제유가 급락에 디플레이션을 떨쳐내야 한다는 압박감도 아시아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붕괴된 유가는 경제성장을 무너뜨리는 디플레이션 망령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 전년동월비 0.5%로 낮아졌다. 유가 급락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이번 주 들어 유럽중앙은행(ECB)이 본격적으로 대규모 채권 매입에 나서면서 풀린 유로화 등이 인도, 스리랑카, 필리핀 등 아시아 경제권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점도 금리 인하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줬다. 금리 인하로 인한 자본유출 우려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올 중반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에도 기준금리를 낮출 수 있는 일부 아시아 국가들은 그나마 여유로운 편이다. 모건스탠리는 아시아를 제외한 나머지 신흥국의 통화 완화 정책에 대한 문은 닫혔다고 분석했다. 이들 나라는 유가가 반등하고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여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이 최정점을 찍었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