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한국경제 투자 요인 고려해 통화정책 목표 재설정해야"

이종욱 서울여자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2021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세미나서 발표
"너무 금융안정에만 관심 기울여 실효성 의문"
  • 등록 2021-02-04 오전 11:45:02

    수정 2021-02-04 오후 1:51:29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저성장·저금리·저인플레이션으로 디플레이션 논쟁이 나타나는 시대를 맞아 한국경제에 필요한 통화정책의 목표를 다시 설정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의 목표를 금융시장 안정에만 집중해서는 안 되고, 한국경제에 투자하는 결정 요인의 구조적 변화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종욱 교수가 줌을 통해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이종욱 서울여자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4일 한국금융학회와 한국경제학회가 공동 주최한 ‘2021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세미나에 참석해 이 같이 주장했다.

이종욱 교수는 이날 ‘저성장 한국경제에서 지속성장과 투자 위한 통화정책 필요한가?’라는 제목의 연구 보고서를 통해 “한국경제에 필요한 통화정책 목표의 재설정에 대한 논의와 더 나아가 이를 위한 한국은행 기본법의 변화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뉴욕 연방준비은행(FRB)은 소비, 고용, 투자를 함께 고려하고 있는데 반해 한은은 고용을 한국은행의 목표로 설정하기를 꺼려하는 것 같다”면서 “금통위 회의록에서는 모든 변수를 다 이야기하지만 과연 정말 이를 통화정책에 반영하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저성장기로 접어든 한국경제에서 통화당국이 투자의 결정요인에 관심을 기울여야 성장을 통해 일자리도 창출되고, 국민들은 미래 더 나은 생활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주장의 근거로 들었다. 그는 “저성장 이외에 국내외 정치 환경, 기업 투자를 억제하는 과도한 제도 등 기업가들이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에 대해 통화 정책 및 재정 정책 당국이 관심을 가져야 국민들이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는 한국의 미래가 개척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8년 이후 거시경제 모형도 네트워크로 전환되어 통화와 실물 관계가 강조되고 있다는 지점도 짚었다. 그는 “모형을 통해 연구한 결과 2008년 이후 투자를 결정하는 변수가 바뀐 것으로 보인다. 이자율과 설비투자의 상관관계가 떨어지고 있다”면서 “중앙은행이 한국의 투자 요인을 어떻게 고려해야 하는지 분석해야 하는 이유이며, 이런 노력이 없다면 자원배분의 실수로 오히려 한국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민간투자와 통화량을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로 나눠 분석한 결과 한국에서는 정부지출이 투자 부분을 떠받치고 있고 민간 투자는 매우 부진한 흐름”이라면서 “국내 GDP에서 투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변하지 않고, 정부 투자 이외에 민간 투자 등이 감소하고 있다”고 했다.

끝으로 이 교수는 한은이 통화정책시 기준으로 삼는 케인즈의 일반이론은 고용시장을 무시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데, 한국은 제조업 비중이 25~30%로 매우 높은 나라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나라별 산업구조를 비교하고 통화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한편, 한은은 ‘물가안정목표제’ 하에서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 물가안정목표제란 중기적으로 달성해야 할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미리 공표하고 이에 맞추어 통화정책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지난 2016년 이래 한은의 중기 물가 안정 목표는 2%다. 그러나 실제 물가상승률은 2016년 1.0%, 2017년 1.9%, 2018년 1.5%, 2019년 0.4%로 목표치를 계속 밑돌고 있어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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