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장 곳곳에 배치된 북측 행사 지원요원인 보장성원들이 남측에 대한 관심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과거 북측 보장성원들은 상봉행사를 취재하는 남측 관계자나 기자들에게 다소 딱딱한 태도로 대했지만, 이번 행사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한 보장성원은 취재진에게 “남측도 날씨가 많이 더웠다고 하는데 어떻습네까. 그래도 15일이 지나고 나니 아침 저녁은 한결 선선해지지 않았습네까”라고 물었다. 이에 취재진이 남측도 더웠으며 열대야가 길었다고 답하자 “올해는 참 가뭄이나 더위 때문에 남이나 북이나 힘들었던 것 같습네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보장성원은 남측 취재진에 “이렇게 (상봉)행사하니 얼마나 좋으냐”고 말을 걸었다가 “상봉 정례화가 시급하고 규모도 확대돼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는 난색을 보였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 시설에서는 100명 정도 이상은 현실적으로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둘째날인 21일 오전 외금강호텔에서 열린 개별상봉과 중식을 마친 북측 가족들이 버스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
일부 북측 보장성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한 보장성원은 취재진에게 “선생이 보기에 (문 대통령)지지율이 더 떨어질 것 같냐”, “흩어진 친척이 상봉하면 (문 대통령)지지율에 도움이 되지 않겠냐”고 했다. 취재진이 상봉 때문에 지지율이 급상승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취지로 답하자 “뭘 해야 지지율이 뛰냐”, “다시 지지율이 오를 것 같냐”, “언제 오를 것 같냐” 등의 질문을 재차 했다.
남·북·미 상황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한 보장성원은 “계단식으로 조금씩 한 계단, 한 계단 밟아 올라가는 것처럼 그런 변화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특정 국가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는 나라도 있지 않냐”고 말하기도 했다. 또 취재진이 9월 남북 정상회담 날짜에 대해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날짜는 다 나와 있다’고 말하면서 공개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던지자 “아, 그 날이야 다 나와 있디요. 남측 당국이 알고 있으면서 말을 안하는 거 아닙네까”라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한 보장성원은 남북 간 민감한 현안인 여종업원 집단 탈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보장성원은 중국 류경식당 탈북 종업원 문제와 관련해 “이제 상봉하고 여종업원 문제를 연계해서 뭐 그 문제 때문에 상봉이 된다 안 된다 그런 말은 쑥 들어간 거 아니겠습니까”라며 “그 문제는 그냥 그렇게…조용히…지나가는 거죠”라고 취재진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둘째날인 21일 북한 외금강호텔에서 북측 접대원들이 개별중식을 위해 개별상봉 중인 가족들 객실로 도시락을 넣어주고 있다. [사진=뉴시스] |
|
또 취재진이 금강산 관광지구 등에서 “금강산 관광이 다시 열리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라고 말하자, 북측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금강산 관광이 언제쯤 재개될 수 있을지 물으며 관심을 보였다. 북측 관계자는 금강산 지역에 중국인 관광객이 꾸준하다고 전하면서, 온천장이 운영되고 있으며 중국인 관광객들이 이용하고 있다고도 했다.
보장성원들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대해 남측 반응을 궁금해했다. 복수의 보장성원들은 취재진에게 “이번에 취재온 기자들은 어디에 중점을 두고 기사를 쓸 생각이냐”고 묻기도 했다.
한편, 지난 밤사이 일부 이산가족들이 몸살을 호소하거나 부상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 파견된 의료진에 따르면 여성 상봉자 1명이 몸살 기운을 호소해 진단 후 해열제를 처방했다. 한 남성 상봉자는 샤워 중 발을 헛디디면서 머리와 어깨 등 2곳에 좌상을 입어 의료진이 상처를 꿰매는 등 치료를 했다. 의료진은 이들의 건강상태를 주시하고 있지만 개별상봉 등에 염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