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귀국을 하루 앞두고 당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특히 이 대표가 지방선거 직후 띄운 ‘혁신위원회’를 비롯해 공천 문제 등을 두고 대표적인 친윤(親尹) 인사이자 원내 최다선(5선)인 정진석 의원이 정면 반박하며 싸움이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윤리위원회 징계 여부에 따른 조기 전당대회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황에서 친윤 그룹과 이 대표의 주도권 싸움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대선 승리의 공신으로 꼽히는 김기현·안철수 의원 등이 유력 당권 주자로 꼽히는 가운데, 양측의 갈등은 이 대표의 귀국 후 더 거칠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정진석 의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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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의원은 이날 오전 “(혁신위) 구성도 일단 두 분이 나오는데 이 대표와 아주 가까운 분들인 것 같다. 나머지 분들이 어떻게 채워질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최재형 위원장과 천하람 위원으로 보면 ‘이준석 혁신위’로 시작하는 것 같다”며 이 대표를 저격하는 발언으로 포문을 열었다.
지방선거 대승 이튿날 이 대표가 ‘혁신’을 내세우며 공천·정당 개혁 등을 담당할 당 혁신위원회를 설치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정 의원의 발언 바탕에는 이 대표가 자신의 당 주도권을 이어가기 위해 혁신위를 구성해 운영하려 한다는 해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 의원은 특히 이 대표가 공천관리위원장인 자신에게 최재형 의원을 공관위원으로 선임해달라고 했던 내용을 언급하며, 이 대표가 혁신위 자리에 자기 사람으로 채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SNS를 통해 “공관위 과정 내내 최 의원과 저는 어떤 경로로도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고, 따로 식사 한 번 같이 한 적 없다. 적당히 하라”고 맞받았다.
혁신위의 경우 당 대표를 포함한 최고위원들이 각각 한 명씩 추천하기로 했고, 최 위원장은 자신이, 천 위원은 김용태 최고위원이 추천한 것이라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누구를 추천하고 선임해도 혁신위를 흔들 것 같아 최고위원이 한 명씩 추천하자고 한 것”이라며 “이 정도로도 태클을 걸거면 도대체 뭘 어떻게 선임해야 하나. 모든 인선을 (정진석) 부의장에게 맡겨야 하느냐”고 꼬집었다.
아울러 정 의원이 이 대표를 겨냥해 ‘사천(私賤) 짬짬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갈등의 불쏘시개가 됐다. 정 의원은 앞서 지난 6월 지방선거 공천 과정을 언급하며 “현역 의원들과 당협위원장들의 횡포가 적지 않았다. 사천 짬짬이 공천을 막기 위한 중앙당의 노력은 턱없이 부족했다”고 이 대표를 저격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경선 위주로 진행됐고 기억에 남는 가장 큰 이의제기는 충청남도 공천에서 PPAT 점수에 미달한 사람을 비례대표로 넣어달라는 이야기였다. 나는 원칙대로 했다”고 했다. 충남 공주·부여·청양이 지역구인 정 의원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공천의 총 책임자셨던 분이 공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의아하다”고 날을 세웠다.
정 의원의 답변은 가시 돋친 비난이었다. 그는 “언론들이 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치욕스럽고 실망이 크다”며 “정치 선배의 우려를 ‘개소리’로 치부하는 만용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사람 좋다고 함부로 걷어차는 것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