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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밀도·저층 단지 곧 고갈…재건축 패러다임 바꿔야
앞으로 멀지 않은 미래에 리센츠아파트와 같은 대규모 재건축은 자취를 감출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재건축이 용이한 대규모 저층 단지의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등 사업 여건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지역 전체 아파트 120만4728가구 중 재건축 추진이 가능한 1990년 이전 준공 물량은 35만4301가구로 약 30% 수준이다. 문제는 재건축 사업성이 가장 높은 5층 이하 저층 아파트 물량이 전체 3.8%인 4만6046가구에 불과해 고갈이 임박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9·1부동산 대책을 통해 재건축 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하기로 했지만, 높이 15층 이상 단지들은 20~30%에 달하는 기부채납을 통해 종상향을 하지 않고서는 가구 수 증가에 필요한 용적률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설령 용적률을 확보했더라도 추가분담금 없이 충분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곳은 강남권 등 일부 지역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아파트의 미래…재건축에서 리모델링으로
지난해 3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아파트 단지에는 ‘경축 안전진단 통과’라는 현수막이 나붙었다. 아파트가 낡아 살기에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받아 축하한다는 의미다. 전면 철거 방식의 재건축을 하기 위해서는 안전진단에서 건물의 노후도를 증명해야 하는 탓에 벌어진 웃지 못할 광경이다. 하지만 이런 풍경도 서서히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말 1000가구 이상 대단지를 대상으로 ‘장수명 아파트 인증제’를 도입해 시행에 들어갔다. 재건축을 하지 않더라도 수리 등 유지·보수를 통해 높은 주거 만족도를 30년 이상 유지할 수 있는 아파트에 건폐율과 용적률 등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장수명 인증에서 건물 내구성 못지 않게 중요한 기준으로 삼은 부분이 ‘내부 가변성’과 ‘수리 용이성’이다. 내부 벽면 중 힘을 받는 내력벽을 최소화하고 자유롭게 이동시킬 수 있는 건식벽체 비율을 높여, 자유로운 공간 변형이 가능토록 한 아파트는 높은 점수를 얻게 된다. 또 집 수리가 쉽도록 배관·배선 등도 벽면에 매설하지 않고, 눈에 잘 보이는 독립된 공간에 두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100세 시대’를 맞아 재건축 시장도 도시재생 흐름과 맞물려 유지·보수와 리모델링 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갈 것으로 내다봤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센터장은 “입주민들이 직접 집을 고쳐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유지·보수 및 리모델링 지원 정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도심 슬럼화 가능성이 크다”며 “대단지 아파트는 각 동별로 리모델링이 이뤄지는 등 다양한 주택 수요를 반영한 사업 모델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