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돈 받고는 공사 못해"…'옥석 가리기' 나선 건설사

[치솟는 공사비 갈등 곳곳]
7월부터 조합설립 이후로 시공사 선정 앞당겨지는데
부동산경기 불확실성, 공사비 갈등 등에 수주전 피해
건설업계 올 1분기까지 2분기 연속 공사 계약액 감소
"강남 등 알짜 사업지에서도 '옥석 가리기' 심해질 듯"
  • 등록 2023-06-28 오후 5:47:58

    수정 2023-06-28 오후 7:36:58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부산 시민공원 촉진 2-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은 지난 17일 임시총회에서 재개발 임시 시공사인 GS건설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GS건설이 3.3㎡당 공사비를 987만원으로 제시하자 첫 계약을 맺은 2015년(549만원) 대비 2배 가까이 급등한 수준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단 판단에서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는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나날이 오르는 원자재 값, 인건비 등으로 무턱대고 공사를 수주했다가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단 판단에 건설사들이 사업장 ‘옥석 가리기’에 나서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28일 국토교통부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설공사 계약액은 지난해보다 6.3% 줄어든 68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건설공사 계약액은 지난해 1~3분기 증가 추세를 보이다 4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2분기 연속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였다. 작년 3분기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0% 증가한 74조3000억원을 기록했지만 4분기 18.4% 줄어든 66조7000억원, 올 1분기 6.3% 하락한 68조4000억원을 나타냈다.

정부나 지자체, 공공기관 등이 발주하는 공공 공사와 아파트 재건축 등 민간 공사 계약 모두 줄었는데 특히 주택경기 부진으로 민간 부문의 감소세가 더 크게 나타났다. 공공공사 계약액은 19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줄었고, 민간 부문은 49조원으로 7.3% 감소했다. 특히 건축은 주거용과 상업용 건축 등이 18.8% 감소한 40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내달부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개정 조례안’이 시행됨에 따라 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 가능 시기가 앞당겨져 하반기 이후부터 시공사를 찾는 정비사업지가 많아진단 점이다. 서울시는 다음 달부터 시공사 선정 시기를 기존 사업시행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앞당길 예정이다.

이에 강남구에서만 조합설립인가 단계에 이른 곳이 개포주공5단지와 6·7단지, 압구정 2구역 등 7곳에 이른다. 이전 단계인 안전진단, 정비구역지정, 추진위원회 승인 등의 단계에도 정비사업지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시공사가 필요한 사업지는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데 공사비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올 1월 150.84에서 4월 151.26으로 지속해서 상승 중이다. 특히 7월부터 시멘트 값이 인상되면 아파트 공사비가 평당(3.3㎡) 1000만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최근 건설사가 시공 계약을 포기하거나 이미 계약한 사업지의 공사비 갈등으로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DL이앤씨는 최근 경기 과천시 중앙동 과천주공10단지 재건축 수주를 포기했다. 또 성남시 산성구역 재개발 조합도 지난달 GS건설·대우건설·SK에코플랜트 시공단과 맺은 계약을 해지했다.

국내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올 하반기 강남부터 송파, 목동까지 시공사를 찾는 조합이 쏟아져 나올 텐데 지금부터 무리하게 수주 전을 펴는 것은 건설사 입장에선 좋지 않다”며 “금리 인상은 멈췄지만 아직 PF 시장도 완벽하게 회복하지 않은데다 공사비 갈등으로 파열음을 내는 곳이 많아 보수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려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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