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STX조선해양이 5월 하순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가면서 은행권의 STX조선 채권이 연체 처리된 영향이 컸다. STX조선은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국내 은행권으로부터 지난 3년간 4조5000억원을 지원받았으나 수주난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행’을 택했다.
해운·조선업 등 취약업종의 대출부실이 현실화되자 시중은행들은 대기업 여신을 줄줄이 축소하고 있다. 이들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이 한창인 상황에서 안 그래도 대기업 대출을 줄이고 있는 은행권의 ‘돈줄 죄기’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연체율 2.17% 역대 최고
금융감독원은 6월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기준)이 0.71%로 전월말 대비 0.03%포인트 하락했다고 1일 밝혔다. 같은 기간 기업대출 연체율은 1.04%로 전월말과 같았다. 중소기업대출과 가계대출 연체율은 0.71%, 0.31%로 각각 0.24%포인트, 0.06%포인트 떨어졌다.
하지만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전월말 대비 0.81%포인트 상승한 2.17%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금감원이 관련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최고치다. 직전 대기업 대출 연체율 최고치는 20012년 8월의 1.97%였다.
하반기 기업대출 은행 문턱 높아질 듯
이번 대기업 대출 연체율 급등은 STX조선의 법정관리 신청이라는 일회성 성격이 크지만 현재 한진해운과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과 해운업종의 구조조정이 한창이라는 점에서 연체율 추가 상승도 배제할 수 없다.
이재용 부국장은 “STX조선의 법정관리로 (대출연체율 상승이라는)일회성 요인이 발생했지만 앞으로 대기업 가운데 법정관리 기업이 추가된다면 지속적인 연체율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조선·해운업종 등의 대출에 몸을 사리고 있는 상황에서 연체율마저 오른다면 한계기업과 일부 업종의 돈줄 죄기가 더 심해질 수 있다.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도 이러한 은행들의 돈줄 죄기가 현실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3분기(7∼9월) 국내 은행의 대기업에 대한 대출태도지수는 -25로 집계됐다.
대출태도지수가 음(-)이면 대출심사를 깐깐이 하겠다고 응답한 금융기관이 완화하겠다는 기관보다 많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무차별적인 돈줄 죄기를 우려하고 있다. 정상기업도 무너질 수 있어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해당 업종의 중소 기자재 업체 및 협력업체에 대해서도 (여신운영에서) 각별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