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현대차그룹이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당초 계획했던 105층이 아닌 55층 2개 동으로 낮춰 짓는다는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서울시가 설계변경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하면서 공사가 더 지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GBC 건립에 대한 현대차의 변경 제안서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당초 현대차가 105층 랜드마크를 약속한 만큼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계획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 2019년 서울시가 인허가했던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현대차 신사옥 GBC 투시도. (사진=서울시) |
|
GBC는 현대차가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앞 옛 한국전력 부지에 신사옥을 짓는 대형 프로젝트다. 2014년 삼성동 한국전력 용지를 10조5000억원에 매입해 2016년 사옥을 완공하겠다고 발표했다. 건축 인허가는 2019년 나왔지만 코로나19 등으로 공사는 3년 이상 늦춰졌다. 이후 현대차는 올해 2월 당초 105층 1개동, 저층 건물 4개동을 지으려던 GBC 건립 계획을 55층 2개동과 저층 건물 4개동으로 변경하는 제안서를 서울시에 제출했다.
이를 두고 서울시는 현대차 측에서 건립 계획 변경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어 이를 수용할 수 없단 입장이다. 현대차 측에 ‘도시계획(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을 보완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현대차 쪽에서 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랜드마크로 합의했던 것들이 있으니,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건축을 해야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면서도 “다만 정말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는 현대차로부터 들어볼 수 있는데, 현재까지 현대차 측에서 이와 관련된 협의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공공기여(기부채납) 문제도 얽혀 있다. 서울시는 현대차에 높이를 569m까지 풀면서 800%의 용적률을 제공하는 등 인센티브를 줬다. 대신 현대차는 1조7491억원의 현금을 기부채납 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2016년 산정한 토지 감정평가가에 따라 산정한 금액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터파기 공사만 진행됐을 뿐 사업에 진척이 없어 지가 상승에 따른 기부채납액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울시의회 임만균 더불어민주당 시의원(관악3)은 “해당 부지의 표준 공시지가는 2017년 1㎡당 3350만원에서 올해 1㎡당 7565만원으로 두 배 넘게 올랐다”라며 “사업 기간이 길어지며 계획이 크게 변경된 만큼, 8년 전 산정한 기부채납 규모가 적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와 현대차가 GBC 건립 변경을 두고 대립하면서 공사 기간이 더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초고층 건물 건립이 지금 5년 정도 지지부진하고 있는데 빨리 공사를 했으면 좋겠지만, 협상 자체가 되지 않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