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1주일 전부터는 증상이 더 악화돼 가늘게 보이던 혈관이 더 굵어졌고, 다리가 아프면서 저리는 증상까지 동반됐다. 살을 뺀다는 이유로 헬스장에서 무리하게 스피닝(고정식 자전거를 엉덩이가 닿지 않게 달리는 운동)을 한 게 화근이었다. 증상은 점차 악화되고 있는데 바쁘고 귀찮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병원 방문을 미루고 있다.
인체 정맥 중 하지정맥은 중력 반대 방향인 심장 쪽으로 혈액을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위로 올라간 피가 중력에 의해 다시 밑으로 내려가 역류하지 않도록 하지정맥 속에는 얇은 판막이 존재한다. 나이가 들면 이 판막이 약해지고 정맥의 탄력이 감소해 혈액이 역류하게 된다. 이럴 경우 정맥 내부의 압력이 올라가면서 정맥이 확장돼 외부로 검붉은 혈관이 뱀처럼 구불구불하게 튀어나와 보이는 하지정맥류가 생길 수 있다.
최근엔 다이어트를 위해 스피닝 같은 고강도 운동을 하다 정맥류가 오는 사례가 많다.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은 “스피닝은 엉덩이를 안장에 대지 않고 다리 힘만으로 페달을 밟는 것으로 운동효과는 좋지만 다리에 하중이 집중돼 하지정맥류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장시간 서 있는 업무환경, 운동부족, 과체중, 피임약 및 여성호르몬제 장기복용, 하이힐 착용 등도 정맥류 발병과 연관된다. 유전적 소인도 작용해 전체 환자의 20~50%가 가족력을 갖고 있다. 하지정맥류 초기엔 외관상 보기 흉한 미용적인 문제 외에 별다른 불편함을 주지 않아 방치하기 쉽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다리에 혈액이 고여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니듯 다리가 무겁고 쉽게 피로해진다. 심할 경우 다리와 발에 난치성 피부염, 혈전성 정맥염, 궤양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정맥류는 진행 정도에 따라 푸른 힘줄이 보이지만 겉으로 튀어나오지 않은 실핏줄 상태인 1기, 혈관 직경이 2㎜ 이하의 거미 모양 정맥(거미상정맥)인 2기, 푸른 힘줄이 세 줄기 이상 돌출되고 직경이 라면 면발과 비슷한 2~3㎜이면서 꼬불꼬불한 3기, 힘줄이 우동 면발 수준인 4~5㎜이면서 여러 개 뭉친 4기, 힘줄이 손가락 굵기인 5기로 분류된다.
대한정맥학회는 3기 이상 정맥류이거나, 하지정맥 혈액이 역류하는 시간이 0.5초 이상이거나, 심한 피부변색 또는 혈전이 동반된 환자에 한해 수술을 권장하고 있다. 심영기 원장은 “단순 근육통을 하지정맥류로 오진해 무리하게 수술하는 사례가 적잖다”며 “육안으로 굵게 튀어나오고 꼬불꼬불한 정맥이 보이지 않고 다리가 아프기만 한 것은 하지정맥류가 아닌 근육통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심 원장은 “하지정맥류를 예방하려면 걷기나 조깅 등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해주고, 오래 서 있어야 할 땐 틈틈이 뒤꿈치를 들어올려 종아리근육을 움직여주면 된다”며 “잠들기 전 벽에 다리를 올리고 20분가량 휴식을 취한 뒤 발목 밑에 담요나 베개를 두고 잠이 드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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