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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들에 대한 뇌물 사건 공판에서 특검과 삼성 변호인단은 최 전 부회장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공개했다.
신문조서에 따르면 최 전 부회장은 “제가 (와병 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대리해 삼성그룹 경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며 “제가 책임을 지고 있고 중요 현안만 이 부회장에게 공유한다”고 진술했다. 이어 “이 부회장이 저에게 중요 현안을 보고받고 지시받는 관계라고 말하긴 어렵다”며 “(삼성 후계자인) 이 부회장이 의견을 낼 경우 존중하지만, 지금은 애매한 측면이 있는 과도기적 관계”라고 말했다.
최 전 부회장의 주장은 삼성의 주장과 궤를 같이 한다. 삼성은 현재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의 세 차례 독대에서 ‘승마 지원’을 요청한 점은 인정하지만 이 부회장이 최씨의 연관성은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최 전 부회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사장급)은 승마 지원이 ‘최씨 딸’ 정유라씨와 관련된 사실을 두 번째 독대 이후인 2015년 8월 초에 알게 됐다는 입장이다.
“지원에 문제있다 생각..도움 안 될 것 같아 보고 안해”
이어 ‘이 부회장이 대통령에게 독대에서 야단 맞은 상황을 고려하면 당연히 보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특검의 질문에도 “제가 책임지려고 했다. 이 부회장에게 책임이 안 가게 일부러 보고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특검이 ‘총대를 메서 바꿀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 이 부회장의 관여가 많지 않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최 전 부회장은 “대답하기 어렵다”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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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변호인단 “이재용, 최지성에 함부로 못해”..특검 “대기업 총수 비호의 전형”
황 전 부회장은 그러면서 “이 부회장이 저에게 꼬치꼬치 캐물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표정에서 석연치 않은 느낌이 있었지만 저에게 ‘알았습니다’라고만 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 변호인단은 공판에서 “이 부회장이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싶었지만 멘토인 최 전 부회장이 그렇게 얘기하니 더 묻지 않은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아울러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 측이 뇌물을 건네고 삼성물산 합병 등에서 정부로부터 도움을 받았다는 특검 공소사실의 전제도 부인했다. 최 전 부회장은 “삼성물산 합병은 경영권 승계와 관계가 없다”며 “정부에서 도와줘야 경영권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최 전 부회장 진술에 대해 특검은 공판에서 “대기업 총수를 비호하기 위한 실무책임자의 총대 메기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총대 메기의 전형적 사건들과 달리 이 부회장이 대통령과 세 차례 단독 면담을 하는 등 총 8번에 걸쳐 범행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사실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 총수를 위한 총대 메기가 쟁점이 된 사건들이 꽤 많았다”며 “이전 사건들은 이번처럼 직접 개입이 상대적으로 덜했음에도 불구하고 간접 사실로 총수가 책임을 졌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