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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방문한 호세 페르난데스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 일행이 삼성전자와 KT,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한 뒤 11일 출국했다. 차관 일행은 미국 정부가 중국의 5G 인프라 장악력을 견제하기 위해 미는 ‘오픈랜(Open-RAN, Radio Access Network·개방형 무선접속망)’의 글로벌 확산에 국내 기업들이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삼성, KT 등이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지역별 오픈랜 로드쇼에 참가하거나, 미국 정부가 마련한 15억 달러의 기금(1조 8684억원·10년)을 활용한, 제3 세계 국가 대상 5G 오픈랜 통신망 구축에 참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국내 통신사들은 5G 전국망을 기존 방식대로 상당 부분 구축한 터라, 올해 말까지 통신 장비 중 일부를 오픈랜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한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과는 상황이 다르다. 미연방통신위원회(FCC)는 통신 네트워크 법안에 따라 통신 장비를 오픈랜 방식으로 바꾸면 최소 10억 달러에서 최대 20억 달러(1조 2475억원~2조 494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한국에는 이런 정책이 없다.
美 정부, 삼성과 KT 만나 오픈랜 글로벌 로드쇼 참석 요청
11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페르난데스 차관 일행은 10일부터 이틀 동안 삼성전자와 KT 등을 잇달아 만나 오픈랜의 글로벌 확산에 동참해 주기를 요청했다.
오픈랜에선 통신장비사, 이를테면 화웨이의 독점 보안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 화웨이나 ZTE 같은 중국산 5G 통신장비가 글로벌시장에서 많이 팔리면 국가 안보에까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미국 정부로선 오픈랜이 희망인 셈이다. 오픈랜 방식에선 인텔 서버를 써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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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 연구개발 하지만…‘오픈랜 손익 계산’ 분주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통신 보안과 사업자 다양성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국내외에서 오픈랜 접근법을 사용해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안전한 5G 및 6G 네트워크 장비와 구조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협력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후 국내 통신사들은 노키아 등과 함께 오픈랜 기술 구현을 위한 연구개발에 열심이다. SKT는 노키아와 함께 상용망에서 오픈랜 기술을 구현하는 성능 검증을 마쳤고, KT가 지난해 8월 국제 오픈랜 기술 협의체 ‘O-RAN 얼라이언스’에 제안한 연동 규격은 표준으로 승인받았다. LG유플러스도 연초 노키아·삼지전자와 함께 오픈랜 글로벌 표준 시험망을 구성하고 표준 기반 분산장치(DU·Distributed Unit)와 안테나 장치(RU·Radio Unit)연동에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5G 상용망에 전면적으로 적용하는 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과 달리 통신장비부터 단말기, 반도체까지 수직계열화에 성공한 삼성전자라는 성공한 글로벌기업이 존재하는 만큼 오픈랜을 성급하게 도입하면 우리 스스로 강점을 버리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오픈랜을 썼을 때 서비스 불통 사태가 벌어지면 책임소재를 따지기 어려운데다, 5G 통신망 구축이 막바지라는 점도 변수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디시(DISH)나 일본의 라쿠텐 같은 후발 통신사들과 달리, 한국은 5G 통신망 구축이 상당히 진전돼 오픈랜 방식으로 바꿀 필요성이 적다. 6G에 대비해 연구개발과 실증을 준비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