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배달 안됩니다"…파업 나선 배민 라이더들

배달플랫폼노조, 노동절 항의 방문 후 어린이날 경고 파업
"작년 4200억 영업익…9년째 기본배달료 3000원 동결"
"1시간에 2건 겨우 배달, 배달 노동자 처우 보장해달라"
  • 등록 2023-04-28 오후 12:21:10

    수정 2023-04-28 오후 12:21:10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9년째 1건당 3000원으로 동결된 기본배달료를 받으며, 처우 개선도 이뤄지지 않는다면 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 살더라도 배달을 멈출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가 28일 서울 송파구 배달의민족 본사 앞에서 파업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권효중 기자)
배달의민족 라이더들이 ‘어린이날 총파업’을 앞두고 28일 서울 송파구 배달의민족 본사 앞에 모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사측이 기본배달료 인상은 하지 않은 채 배달 노동자들의 기여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파업에 나서게 됐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와 배달의민족 라이더 운영업체 우아한청년들 간 중앙노동위원회 2차 조정이 전날 결렬됐다. 노조와 사측은 기본 배달료 인상 등 안건을 놓고 지난해 9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교섭을 이어왔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협상 결렬 이후 노조에서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투표율은 80%에 달했고, 찬성률은 88.14%를 기록해 배달플랫폼노조는 오는 5월 1일 ‘배민노동자대회’에 이어 어린이날 경고 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배달플랫폼노조는 9년째 동결 상태인 기본 배달료를 3000원에서 4000원으로 1000원 인상하는 것을 포함해 △수도권보다 낮은 지방의 기본 배달료 차별 중단 △배달에 따른 고정 인센티브 지급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조는 배달의민족이 지난해 영업이익만 4200억원에 달했지만, 배달 노동자들의 처우는 그대로인 만큼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파업을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노조는 사측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창의 배달플랫폼노조 위원장은 “지난해 배달의민족 영업이익 4200억원 전부를 배달 라이더가 올린 것은 아니겠지만, 직접 고용 상태도 아닌 라이더들이 격무에 시달리며 기여했던 부분이 있다”며 “회사는 이러한 라이더의 노력은 물론, 노동조합 활동 등도 인정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역시 오는 7월로 예정된 총파업을 앞두고 배달 노동자들과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이선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부위원장은 “배달의민족은 코로나19 특수 시기 많은 이익을 얻었음에도 상생을 저버렸다”며 “배달 노동자들의 투쟁을 위해 민주노총도 함께 나서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줄어든 일감 등 어려운 상황을 토로하는 현장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광호 배달플랫폼노조 인천지부장은 “평일에는 1시간에 2건도 배달하기도 어렵고, 길거리에서 콜을 하나라도 더 받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이 우리를 더 힘들게 만든다”며 “일한 만큼 보장받고 싶어도 일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인 만큼 우리는 안전하고 당당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어려운 파업을 결정한 것”이라고 호소했다.

한편 노조는 5월 1일 노동자의 날에 맞춰 규탄 집회와 오토바이 행진을 시작으로 어린이날인 5월 5일에는 경고 파업을 진행한다. 오는 5일에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불매운동을 위한 홍보활동도 병행한다. 이후 타결이 안 되면 노조는 농성 및 추가 파업도 예고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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