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대장동사업처럼 민간사업자가 폭리를 취해 특혜 의혹이 불거진 성남시 백현동 ‘옹벽아파트’(판교더샵퍼스트파크) 토지용도 변경의 책임공방이 빚어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성남시장 시절 용도 변경이 이뤄졌는데, 이 후보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를 국토교통부의 ‘협박’ 탓으로 돌린 바 있다. 하지만 국토부의 관련 공문이 공개되면서 이 전 지사의 위증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개발 당시 현장 모습(네이버 항공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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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2014년 세 차례에 걸쳐 성남시에 ‘종전부동산 매각 관련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국토부는 먼저 1월 22일 공문에서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본격화하고 종전부동산이 매각되지 않을 경우 해당 지역의 공동화 발생 및 지역 주민의 민원이 우려된다”며 “종전부동산이 부동산 해당 지자체는 종전부동산이 적기에 매각될 수 있도록 불필요한 도시계획규제 발굴·개선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달라”고 요청했다. 5월 21일엔 “이전기관의 재원 마련을 위해 종전부동산의 매각이 적기에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고 했고, 10월 1일엔 “공공기관 지방이전 사업이 국가정책 사업임을 감안해 한국식품연구원 종전부동산이 조속히 매각·활용될 수 있도록 용도변경 등을 지원해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0일 경기지사로서 국감에 출석해 “국토부가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해 어쩔 수 없이 용도 변경을 해 준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국토부 공문들엔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는 취지의 내용은 없다. 박 의원은 “공문 어디에도 직무유기나 협박 같은 이야기는 없다”며 “(이 후보의 발언은) 명백한 위증”이라고 주장했다.
옹벽아파트는 성남 백현동의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11만2861㎡)가 기존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역으로 4단계 용도 상향된 뒤 들어섰다. 아시아디벨로퍼와 부국증권이 용도 변경 전 이 땅을 수의계약으로 사들였는데, 2006년 성남시장선거 당시 이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인 김인섭씨가 아시아디벨로퍼로 영입된 뒤 용도 변경 등 사업이 급물살을 탔다고 야당은 보고 있다. 이 후보 측에서 특혜를 줬다는 의심이다. 아시아디벨로퍼 등 민간 사업자들이 분양으로 거둔 수익은 3000억원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부지 용도변경을 이 후보 측근들이 포진했던 성남시 내부에서 결정했는지, 박근혜정부의 국토부가 외압을 행사했는지가 중요한 대목이다.
한편 국토부 노조는 이 후보를 향해 “국토부 4000명 공무원 노동자들의 사기를 저하하는 무책임한 발언에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개발 특혜 의혹 논란의 화살을 가장 힘없는 국토부 공무원 노동자들에게 전가했다”며 “부지 매각에 대한 정당한 업무 절차를 협박으로 표현하는 것은 공무원 노동자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