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만남 돌발 취소..배경에는 ‘인권’ 통한 체제 자극

펜스 체제 자극 발언에 '백두혈통' 김여정 내세운 북한 부담 가능성
향후 대화 가능성은 "조건 맞추면 빠르게"vs"인권 고집하면 힘들어"
  • 등록 2018-02-21 오후 4:46:49

    수정 2018-02-21 오후 4:46:49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미국과 북한의 회담이 비밀리에 성사됐으나 북한 측이 회담 직전 이를 취소해 불발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은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뒷줄 오른쪽)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뒷줄 왼쪽),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앞)이 지난 9일 오후 평창올림픽플라자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을 지켜보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북한과 미국이 평창 동계 올림픽 기간 만남을 기약했다가 북한이 갑작스럽게 이를 취소한 배경에 대해 북측이 미국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체제 비판을 부담스러워 했으리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경제적 압박 외에 인권을 통한 체제 공세가 양측의 갈등을 촉발시키면서 향후 북·미 대화 가능성에도 예상이 엇갈리고 있다.

美체제 비판에 불편 느낀 北

미국 측에서도 자신들의 강경 전략이 북한을 부담스럽게 만든 것 아니냐고 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펜스 부통령이 9일 천안함 기념관을 방문하고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제재 전개 등 압박 캠페인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가 나온 시점에 회담이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펜스 부통령과 만나더라도 별다른 소득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북한이 먼저 취소를 통보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외신에 따르면 북한과 미국은 10일 오후 청와대에서 만남을 갖기로 합의했다. 이 일정은 펜스 부통령이 방한한 시점까지도 정해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펜스 부통령이 북한 인권을 문제 삼는 일정을 소화하며 방일 기간 북한을 향했던 거침없는 메시지를 그대로 반복하면서 북한이 펜스 부통령의 발언을 이유 삼아 만남을 취소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매파인 펜스 부통령이 북한과의 만남을 꺼려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만남이 예고된 이후에도 대화 상대의 체제 비판을 같은 수위로 유지했다는 데서 펜스 부통령이 처음부터 북한과의 만남을 탐탁치 않게 여겼다는 분석이다. 양측의 만남이 취소됐다는 언급이 펜스 부통령 측에서 먼저 나왔다는 점에서 책임을 북한 측으로 전가하려는 미국 측의 의도가 감지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만남 불발을 놓고 북한은 조용하고 미국은 떠들고 있다”며 “(북한 고위급 대표단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체제와 존엄 문제를 대내외에 알리는 역할(선전선동부)이었다. 체제와 존엄 문제를 건드리려는 미국과 대화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봤다.

향후 北·美대화 가능성은?

북한이 미국과 만남을 가지려는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북한의 대화 의지를 확인하는 수확은 있었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대해 ‘핵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던 북한이 다소 누그러진 반응을 보인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다만 인권 문제가 새로 복병으로 대두되면서 추후 북한과 미국이 다시 대화를 추진할 수 있을지에는 의견이 엇갈린다. 북·미간 대화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고 문재인 정부 역시 양측이 대화할 수 있게끔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부분이 조만간 양측의 접촉 가능성을 높여준다. 양 교수는 “양측이 (대화) 형식과 조건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물밑에서 자주 만나면 이는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라며 “한국과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중심에서 역할을 하면 북·미 대화가 빨라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반면 미국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소득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는 경우, 북·미 대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제기된다. 정성장 통일연구소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하고 김정은 정권 몰락에 초점을 두면 북·미간의 의미있는 대화가 진행되기 어렵다”며 “미국이 북한과 대화 의사가 있다면 인권 문제는 잠시 옆에 내려놓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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