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때 훼손됐던 '임금의 길' 되살린다…"광화문 월대 10월 복원"

1866년 '광화문 월대' 흔적 확인
"중건 당시 월대 규모 알 수 있는 자료 발굴"
핵심 유적 '어도' 7M 폭 추정
10월까지 공사 마무리…시민에 전면 개방
  • 등록 2023-04-25 오후 4:00:16

    수정 2023-04-27 오전 11:06:23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일제강점기에 전차 선로에 파묻혔던 ‘임금의 길’이 100년 만에 복원된다.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 앞에 1866년(고종 3년) 설치됐던 ‘광화문 월대’의 전모가 확인되면서다. 일제가 전차 선로를 깔면서 훼손했던 월대의 원래 규모 등 전반적인 구조를 알 수 있어 향후 복원 공사도 탄력을 받게 됐다.

문화재청 산하 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는 지난해 9월부터 서울 광화문 문루 앞 땅속을 파헤쳐 조사한 끝에 월대의 주요 자취를 찾아냈다. 25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김연수 국립문화재연구원장은 “경복궁 중건 당시 월대의 규모를 알 수 있는 결정적인 자료가 발굴됐다”며 “경복궁이 갖는 역사성을 회복하는데 있어 좋은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화문 월대 유적 전경(사진=문화재청).
고종(재위 1863∼1907) 때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남긴 기록인 ‘영건일기’에는 1866년 3월 3일 ‘광화문 앞에 월대를 쌓았다’는 내용이 있다. 월대는 궁궐 안이나 정문 앞에 넓게 설치한 대(臺)로 왕실의 위엄을 높이기 위한 건축물이다. 궁궐 정문에 난간석을 두르고 터보다 한층 높게 만든 기단을 쌓은 건 광화문 월대가 유일하다. 1923년경 광화문의 모습을 찍은 사진에서도 광화문 월대가 확인되지만, 일제강점기를 지나며 해체돼 사라져버렸다.

광화문 월대는 길게 다듬은 장대석을 이용한 기단석과 계단석, 그리고 난간석을 두르고 내부를 흙으로 채워 만든 건축구조물이다. 동·서 외곽에 잘 다듬어진 장대석(길이 120~270cm, 너비 30~50cm, 두께 20~40cm)을 이용해 2단의 기단을 쌓고, 그 내부는 서로 다른 성질의 흙을 교차로 쌓아 주변보다 높게 대를 만들었다. 월대의 남쪽에는 장대석을 이용해 계단을 만들었고, 그 중 어도와 연결되는 중앙부는 소맷돌을 이용해 동·서 계단과 분리했다.

월대의 전체 규모는 남북길이 48.7m에 동서 너비 29.7m에 달한다. 유적의 핵심인 어도(御道·임금이 지나가는 길)는 현장에서 확인된 흔적 등을 고려하면 월대 남쪽에서 광화문 중앙문 사이에 약 7m 폭의 어도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월대 남쪽계단지 전경. 흰선으로 구획된 곳이 어도 계단지와 소맷돌 지대석의 모습이다(사진=문화재청).
월대 복원을 위한 실물자료를 다량 확보한 것이 이번 조사의 가장 큰 성과다. 비교적 원형이 남은 월대 동쪽 유적을 발굴하면서 고종의 경복궁 중건 당시 월대의 전체 모습을 재구성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어도계단지(터)의 경우 일제강점기 전차선로에 의해 일부 훼손됐으나 소맷돌을 받쳤던 지대석이 확인됐다. 연구소 관계자는 “어도 계단지는 일제강점기 전차 선로에 의해 일부 훼손됐다”며 “이번에 지대석이 확인되면서 월대 원형을 복원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월대가 축조된 이후 크게 4단계의 변화 과정이 있었다는 점도 새롭게 밝혀졌다. 축조 당시인 1단계에서는 남쪽에 세 부분으로 나뉜 계단이 있었고, 전차 선로가 겹줄로 들어섰던 마지막 단계에서는 월대를 이루던 난간석이 철거되고 도로로 바뀐 것으로 파악된다. 이 관계자는 “광화문 앞쪽을 활용한 흔적을 일부 확인했다”며 “이 시설이 어떤 시설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올해 10월까지 광화문 월대 복원 공사를 마무리하고 시민들에게 전면 개방할 계획이다.

1890년대 광화문과 월대 전경(사진=도서출판 서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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