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도개공 실무진 "유동규, 성남시에 '정영학 제안' 관철 노력"

유동규, 사업초부터 화천대유 유착 가능성 무게
"유동규 지시 받고 정영학에게 사업제안서 받아"
"1공단 소송우려…정민용, 이재명에 직접 보고"
  • 등록 2022-01-17 오후 4:26:16

    수정 2022-01-17 오후 9:57:22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대장동 개발 사업방식 구상 단계에서부터 화천대유자산관리 측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려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유 전 본부장이 사업 계획 수립 단계부터 화천대유 측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진술이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양철한) 심리로 열린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성남도개공 직원 한모씨는 “2013년 12월 호출을 받고 성남시설공단(이후 성남도개공 통합) 내 유 전 본부장 사무실에서 정영학 회계사를 만났다”고 진술했다. 그는 “사무실에서 정 회계사로부터 대장동 개발사업 제안서를 받아 검토했다”며 “구체적 지시는 없었지만 당연히 정 회계사 제안서를 검토했다”고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이 정 회계사를 성남도개공 직원에게 소개해준 2013년 12월은 성남시 차원의 대장동 개발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은 시점이다. 한씨 진술은 유 전 본부장이 이미 사업 본격화 이전부터 김만배씨나 남욱 변호사 등 민간개발업자들과 사업에 대해 논의를 진행했다는 점을 방증한다.

“정영학 제안서, 성남시 방침과 달라…입장 바꿔”

특히 당시 정 회계사의 제안서에는 이미 성남도개공 내부적으로 ‘불가’로 결론 냈던 토지 수용 방식과 1공단 사업 연계 방식이 담겨 있었다. 성남도개공의 이 같은 방침은 성남시가 세워 놓은 지침을 따른 안이었다.

하지만 유 전 본부장은 성남시와 성남도개공의 기존 입장에도 불구하고 정 회계사 제안을 관철시키려고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성남도개공 내부적으로 정 회계사 제안에 대해 “불가능하다”는 검토 보고서가 나왔지만 유 전 본부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를 밀어붙였다.

그는 같은 달 성남도개공 내부 회의를 주재해 정 회계사가 제안한 토지 수용 방식과 1공단 연계 개발 방식으로 공사의 입장을 변경했다. 오래 전부터 대장동 일대에서 토지 매수 작업을 해온 화천대유 측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토지 수용 방식이었으며, 1공단 연계 방식의 경우 특혜 소지까지 있는 안이었다.

한씨는 “대장동의 체비지(잉여 토지)를 팔아 공원 조성비를 마련하는 내용이었던 정 회계사 제안서 내용을 검토해 보니, 특혜 소지가 있어 실현 가능성이 낮았다”며 “유 전 본부장이 성남시에 정 회계사 제안 방식을 관철시키려고 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성남시는 성남도개공의 제안에 기존 지침 일부를 다소 변경했다. 토지 수용 방식을, 당초 고수했던 수용 방식에서 ‘시행사 지정 시 결정’으로 변경해 환지 방식 변경 여지를 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측은 “정 회계사가 제안한 당시 사업제안서는 정식으로 제안되거나 채택된 것이 아니었다. 당시엔 대장동 사업 방향이나 공모지침서 등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정영학 제안서는 성남도개공이 2015년 2월 민간사업자 공모를 추진한 사업과는 별개로서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도개공 직접 이재명 승인받자…성남시 내부 ‘찍어누른다’ 반감”

아울러 이날 재판에선 1공단 연계 개발 방식이 변경된 상황에 대한 증언도 나왔다. 민간사업자 선정 이후에도 1공단 부지를 둘러싼 소송전으로 사업 지연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자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은 2016년 1월 직접 성남도개공 의견을 수용해 결합 개발을 포기하고 분리 개발 방식으로 변경했다.

성남도개공은 성남시 실무진의 반대가 극심하자 정민용 변호사(당시 전략사업팀장)가 직접 이 시장에게 상황을 보고해 사업 방식 변경을 승인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씨는 이와 관련해 “당시 성남시 실무진들은 위에서 찍어누르는 것으로 받아들여 이에 대해 반감이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당시엔 1공단이 소송에 연루돼 있어 결합 개발을 할 경우 대장동 개발까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분리 개발이 되더라도 대장동 사업 인가 조건에 ‘1공단 조성’이 포함돼 있어 큰 차이는 없었다. 다만 인허가 측면에서 조금 더 수월해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1심 재판이 이르면 5월 중 판결 선고가 내려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이날 공판에서 “법이 정한 구속기한 안에 판결이 이뤄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힌 것.

법적으로 정해진 구속기간은 심급별 최대 6개월이다. 대장동 개발 특혜 사건의 경우 유 전 본부장, 김씨, 남 변호사가 구속 피고인이다. 유 전 본부장은 오는 4월 20일, 김씨와 남 변호사의 경우 5월 21일 기소 후 6개월을 맞이한다. 유 전 본부장의 경우 추가기소된 사건으로 추가 구속영장 발부가 가능하지만, 김씨와 남 변호사는 구속연장이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재판부가 구속기한 내 판결 선고를 노력하겠다는 것은 이르면 4월, 늦어도 5월 내에 판결을 선고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를 위해 재판부는 일단 변호인들의 기록 검토가 필요한 2월까지는 1주일에 한 차례 재판을 열되, 3월부터는 매주 두 차례씩 재판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증인신청은 검찰에서 23명을 비롯해 총 30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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