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 "해외직구 전문의약품, 품질·안전성 담보할 수 없어"

처방 필요한 전문의약품까지 직구해 오·남용
탈모 증상 심해지고, 만성피로와 여드름 부작용
  • 등록 2019-08-06 오후 2:48:25

    수정 2019-08-06 오후 2:48:25

제대로된 통관절차를 거치지 않고 국내로 들여온 의약품들. (사진=한국소비자원)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A씨는 해외직구로 구매한 탈모약(피나스테리드)을 복용한 이후 탈모가 더 심해지고 만성피로와 여드름이 생겨 기존에 처방받아 복용하던 약물을 다시 구입해야 했다.

B씨는 해외 여성단체를 통해 국내에서는 구매가 불가능한 임신중절 약을 구해 복용했다가 심각한 출혈과 빈혈을 겪었다.

해외직구가 보편화하면서 이처럼 품질이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고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까지 직구로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해외 불법 사이트와 구매 대행 사이트 15곳을 통해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 15종을 각각 2차례씩 주문해본 결과, 모든 제품을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었다고 6일 밝혔다.

30개 제품 중 국제우편물로 배송된 19개는 소비자가 자가사용 목적의 의약품을 소량 수입하는 경우 수입 신고가 면제되는 제도적 허점을 악용해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의약품은 판매국에서도 처방이 필요한 전문 의약품이었다.

특송업체를 통해 배송된 8개 제품은 판매국 기준으로는 일반의약품(4개)과 식이보충제(4개)로 분류되지만, 국내에서는 전문의약품에 해당하는데도 별도 처방전 제출 없이 통관됐다.

특히 국내우편물로 배송된 3개 제품 중 2개는 통관금지 성분이 포함돼있었다. 해외 판매자가 국내 업자에게 제품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전달한 뒤 국내 우편으로 배송한 것으로 추정됐다.

30개 제품 중 10개는 통관이 금지된 성분이 들어간 제품의 용기나 포장을 다른 용기로 대체해 세관을 통과시키는 ‘통갈이’ 수법이나 허위 처방전을 동봉하는 등 불법적인 방법으로 세관의 눈을 피했다.

또 다른 10개 제품은 복용법 등을 안내한 문서가 동봉돼있지 않았고, 6개 제품은 원 포장과 다른 용기에 담겨 있어 정확한 복용법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14개 제품은 육안으로 구분이 가능하도록 의약품 표면에 각인된 기호나 숫자 등이 없어 불법 의약품일 가능성이 높아 소비자 피해가 우려됐다.

소비자들이 직구로 의약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국내에서 구매가 불가능하거나 △허가사항과 다른 용도로 투약하려는 경우 △비급여 의약품이어서 해외구매가 더 저렴한 경우 등이었다.

그러나 녹내장에 처방되는 약을 직구로 구매해 속눈썹 연장 목적으로 사용하다 눈 주위에 색소가 침착되는 등 오·남용에 따른 부작용이 큰 것으로 나타나 주의가 필요했다.

한국소비자원 측은 관세청에는 △전문의약품 통관 관련 자가사용 인정기준 세분화 등의 통관 규정 개선 △특송·국제우편 등 의약품 통관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는 △전문의약품 불법 판매 사이트 지속적인 모니터링·차단 △해외직구 전문의약품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 위험에 대한 소비자 교육·홍보 강화 등을 요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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