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법무연수원에서 근무하는 B씨는 거주지인 수원시 소재 대형마트에서 본인이 사용할 생활용품을 24회에 걸쳐 91만8820원 어치 업무추진비로 구입했다. 마트 계산원에게는 구입품목은 나오지 않고 구매 총액만 표기되는 영수증을 발행해달라고 요청해 이를 업무추진비 집행증빙으로 제출했다.
감사원이 정부부처의 업무추진비 사용 실태를 점검한 결과 점검대상 1만9679건 중 1764건이 적정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이를 바탕으로 총 35건의 위법·부당사항을 지적하는 한편, 제도적 보완 장치를 마련토록 촉구했다.
감사원이 13일 공개한 ‘업무추진비 집행실태 점검’ 감사 결과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대통령비서실 등 11개 기관의 업무추진비 집행 가운데 약 8.9%에 해당하는 1764건이 적절하지 않게 사용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11월12일부터 21일까지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법무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국무조정실, 국무총리비서실, 감사원 등 11개 기관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법무부는 본부 업무추진비가 부족하다는 사유로 전용절차 없이 보호관찰소 등 소속기관에 편성된 업무추진비 3646만여 원을 본부 직원 간담회, 유관기관 업무 협의 비용 등 관서업무추진비로 사용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3개 기관이 업무추진비 1억 5350만여 원을 전용 절차나 세목 간 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예산편성 목적 외 경비로 사용하기도 했다. 업무추진비가 다른 비목 용도로 사용한 경우도 있었다.
심야·휴일 등 금지시간대에 업무추진비를 사용하면서 증빙서류를 구매하지 않은 일도 허다했다. 이와 함께 건당 50만원 미만으로 집행한 것처럼 분할 결제해 눈속임을 하기도 했다. 건당 50만원 이상의 사용할 경우에는 주된 상대방의소속 및 성명을 증빙서류에 반드시 기재하도록 돼 있다.
업무추진비를 집행할 때 현금으로 집행해서는 안 되지만 이를 무시하고 현금으로 지급한 경우도 발각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7년 3월부터 2018년 1월까지 5건의 해외출장에 따른 연회비·선물비 등 452만여 원을 직원에게 현금으로 지급했다. 해당 직원은 연회비·선물비 용도로 집행하고 남은 잔액 278만여원을 미반납했지만 문체부는 이를 방관하기도 했다.
한편 대통령비서실 업무추진비와 관련해 문제가 제기된 내용에 대해서 감사원은 문제가 없다고 결론내렸다. △심야·휴일 업무추진비 사용 △주점에서 업무추진비 사용 △업무추진비 사용 업종 누락 △고급 일식점에서 업무추진비 사용 △영화관 등 사용 목적이 불명확한 업무추진비 사용 등의 문제가 제기됐다.
감사원은 문제가 제기된 부분에 대해 “문제점이 확인되지 않거나 집행목적에 적합하게 사용됐다”며 다만 업무추진비 사용 업종 누락의 경우 “일부 정부구매카드사가 d-Brain에 카드 사용 내용 중 사용 업종을 누락한 채 전송하여 발생한 문제로 기획재정부가 해당 문제의 개선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