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후생 위한다는 플랫폼법, 토종기업만 잡는다"

16일 입법조사처 등이 개최한 국회 세미나
김민호 성균관대 교수 발제…토론 이어져
전문가 "해외 빅테크 의존성만 높일 것" 우려
  • 등록 2024-07-16 오후 4:25:16

    수정 2024-07-16 오후 4:25:16

[이데일리 최연두 기자] 이용자의 후생을 높이겠다는 목표로 추진 중인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이하 플랫폼경쟁법) 등의 규제가 국내 기업들을 과도하게 규제하고 더 나아가 해외 빅테크의 국내 시장 영향력만 강화시켜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서울 여의도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내 디지털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입법정책 과제’ 주제 세미나 현장(사진=최연두 기자)
16일 국회입법조사처와 한국정책학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서울 여의도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국내 디지털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입법정책 과제’ 주제 세미나에서 학계 관계자들은 올바른 입법 방향성을 강조하며 이 같은 목소리를 냈다.

플랫폼경쟁법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12월부터 준비한 법안으로, 시장 영향력이 큰 일부 기업을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고 이들을 상대로 반칙 행위를 금지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반칙 행위에는 끼워팔기·자사우대·멀티호밍(이용자가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최혜대우 강제 등이 포함됐다. 공정위는 산업계 반발에 부딪혀 지난 2월 법안 공개가 미뤄졌고 최근 입법을 다시 준비 중이다.

이에 더해 현재 국회에는 오기형·민형배·김남근·박주민 등 야당 의원을 중심으로 제출된 플랫폼 관련 법안들이 예고돼있는 상황이다. 플랫폼경쟁법을 포함해 이들 법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온플법의 내용과 비슷해 사실상 플랫폼 규제 일환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날 세미나 발제자로 나선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디지털 산업과 관련해 이미 제정된 법 또는 발의된 법은 규제 목적과 철학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명분은 이용자 후생 증진이지만 실제로 이용자 후생에 긍정적 효과가 있는지 여부를 실증하지 못한다. 오히려 국내 산업만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호 교수는 국내 플랫폼 업체에 공적 부문의 역할이 과도하게 주어지고 있다고 짚기도 했다. 지난 2022년 10월 SK C&C의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네이버와 카카오 등의 주요 서비스에서 장애가 발생한 사고를 예로 들었다. 이 사고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을 개정했다. 이용자 수 1000만명 이상 또는 트래픽 비중이 국내 2% 이상을 차지하는 업체를 통신재난 관리체계 수립·운영 대상 사업자에 포함시킨 것. 이로 인해 네이버와 카카오(035720)를 포함한 대형 플랫폼 사업자 7개 가량이 추가로 편입됐다.

김 교수는 “특정 사건이나 이슈가 있을 때마다 심도깊은 연구도 없이 즉흥적으로 부가통신사업자인 플랫폼에 공공성을 강제하는 것은 법 이론적으로 이해하고 설명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가의 지원을 받은 바 없고 시장 진입마저 자유로운 부가통신사업자에 단지 이용자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공적 의무를 지우는 것은 이들 사업자에 특별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과 영업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법들이 오히려 산업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이 시행된 이후 관련 조사 보고서들이 나왔는데, 유럽 내 기업들과 합작투자가 30% 감소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규제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산업 외적으로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입법 시 반드시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겸 정보통신기술(ICT)법경제연구소장도 “사업 모델로서 플랫폼의 특성, 다층적으로 경쟁 관계가 형성되고 그 과정에서 국내 토종 플랫폼이 살아남기 위한 경쟁을 하는 현실을 면밀히 분석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안을 신중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욱준 서울과기대 IT정책대학원 교수는 “이용자 후생을 위한 법이 토종 기업의 후퇴와 글로벌 빅테크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것”이라며 해외 서비스 종속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봤다.

세미나 토론 패널로 참여한 공정위 권영재 디지털경제정책과 사무관은 “올해 2월 논란이 된 사업자 사전지정제 등의 이슈와 관련 비공식, 공식 업계 면담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면서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되면 최대한 신속하고 빠르게 공개해서 또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 아직 법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입법조사처는 플랫폼 법안 입법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준화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내부적으로도 어떻게 방법론을 적용할지에 대해 많은 검토를 거치고 있다. 여야가 관련 법안에 대해 분석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또 “(플랫폼 법안이) 만들어지고 있는 과정이다 보니 산학계나 시민단체, 정부에서 관심이 많은데 좋은 입법을 만들 수 있는 방향으로 보인다. 국내 디지털 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한 발짝 더 다가가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정부는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토론 패널인 김남철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총괄과장은 “과기정통부가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부가통신사업자가 지금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무개입 내지는 무간섭이 기본 원칙이었기 때문”이라며 “기본적으로 저희는 거래 관계에 개입하지 않는다. 다양한 부작용을 치유하는 정도의 개입이 저희들의 기본 방침”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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