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세계 9대 반도체 장비 업체들의 실적이 바닥을 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반도체 제조사의 장비 발주가 늘고 있는 데다, 미국의 첨단기술 수출 제재에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생산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 (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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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올해 4~6월기(일부 기업 5~7월기)에는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AMAT) 등 8개 장비 기업들의 매출이 증가할 전망이다. 앞서 직전 분기인 1~3월기에는 6개 장비 기업의 매출이 감소했으나 이번 분기에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AMAT는 5~7월기 매출이 62억5000만~70억5000만 달러(약 8조5289억~9조6200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난 16일 발표했다. 예상 매출액 중간치 기준으로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증가한 수준이다. 고객사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디램(D램) 수요가 살아나고 있어서다.
다른 반도체 장비 업체들도 실적 회복 조짐이 뚜렷하다. 반도체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네덜란드 ASML를 제외하고 미국 반도체 장비기업인 AMAT, 램리서치, 테라다인 등을 포함해 일본 도쿄일렉트론, 미국 KLA, 일본 스크린홀딩스와 애드테스트, 디스코 등은 4~6월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AI 열풍에 힘입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반도체 장비 수요가 실적 개선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게리 디커슨 AMAT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생성형 AI용 반도체에 사용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수요와 관련해 “고객들이 HBM의 생산 능력 확장을 가속화하는 것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AMAT는 올해 HBM 매출이 전년보다 6배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도쿄일렉도 같은 기간 매출이 평균 30% 늘어날 것으로 시장에서 추정했다. AI 개발·운용에 사용되는 서버 등에 대한 자본 투자가 활발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하반기부터는 최첨단 D램도 회복세를 맞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했다. 특히 웨이퍼에 회로를 만드는 전 공정용 장비는 올해 글로벌 시장 규모가 전년보다 5% 성장한 1000억달러 (약 136조5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중국이 미국의 첨단기술 제재에 대응해 반도체 분야 내재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점도 실적 전망을 밝히는 요인이다. 반도체를 세척하는 세정장치 분야에서 세계 선두자리에 오른 스크린홀딩스의 경우 올해 4~9월기 중국향 매출 비중이 49%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4~6월기 유일하게 매출과 순이익이 줄 것으로 예상되는 ASML도 하반기에는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는 “AI, 전기차 등 고성장 분야에서도 새로운 수요가 대두되고 있다”며 “각국에서 반도체의 자급자족이 심화되면서 반도체 시장보다 장비 수요가 더 많이 증가하고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