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마감]당국 개입에도 장중 1388원선까지 급등…1400원 턱밑

미국 서비스업지표 호조, 긴축 경계 확대
글로벌 달러인덱스 110선 상승, 달러 강세
중국 위안화, 일본 엔화 낙폭 커져 악순환
  • 등록 2022-09-07 오후 4:02:01

    수정 2022-09-07 오후 4:02:01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원·달러 환율이 하루만에 12원 이상 올라 1380원대에 안착했다. 장중엔 1388원선을 뚫고 오르면서 1400원 가까이 오르기도 했다. 환율이 1380원 이상으로 오른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31일(1383.5원) 이후 처음이다. 미국 긴축기조 강화 기대가 다시 커지면서 달러인덱스가 110선에서 추가 상승하고, 중국 위안화와 엔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도 급등했단 분석이다. 외환당국이 긴급 회의를 열고 구두개입에 나섰고, 장중엔 달러를 시중에 푸는 미세조정까지 나섰지만 상승폭을 크게 낮추진 못했다.

사진=AFP


7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371.7원) 대비 12.5원 뛴 1384.2원으로 5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했다. 고가 기준으로는 1388.4원까지 치솟았다. 장중 고가, 종가 기준으로 모두 5거래일 연속 연고점을 경신하면서 급등한 모습이다. 고가 기준으로는 2009년 4월 1일(1392.0원), 종가 기준으로는 2009년 3월 31일(1383.5원)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날 환율은 전일 대비 5.3원 오른 1377.0원에 시작한 뒤 장중 1380.0원까지 오른 뒤 8~9원 안팎의 상승폭을 나타내다가 오후로 갈수록 상승폭을 키웠다. 장중엔 전일 대비 16원 가까이 오른 1388.4원을 기록하면서 1400원까지 12원도 채 남겨두지 않은 상황이다. 이후 점심무렵부터 외환당국이 달러를 시중은행에 풀어 추가 상승을 막았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 등 당국자들의 발언이 나오면서 상승폭을 일부 줄였다.

이날 환율 상승을 이끈 것은 미 긴축 경계 확대에 따른 달러지수 급등, 중국 경제지표 부진에 따른 위안화 약세 등 아시아 통화 약세, 국내증시 내 외국인 투자자 순매도 전환 등 위험회피 심리와 달러의 추가 상승을 점친 롱심리(달러 매수) 등 다양한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먼저 글로벌 달러인덱스는 110선을 유지하면서 약 20년래 최고치를 나타내고 있다. 현지시간 이날 오전 2시 50분께 달러인덱스는 전일 대비 0.21포인트 오른 110.41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마켓포인트 기준 2002년 6월 17일 110.86 이후 최고치다. 달러지수를 밀어 올린 것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경계 확대다. 간밤 발표된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8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6.9를 기록,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인 55.5를 웃돌았다. 이에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고강도 긴축을 이어갈 확률이 커졌다.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 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릴 가능성은 74%로 나타났다.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3.5%대, 10년물 금리는 3.3%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위안화 약세폭도 커졌다. 수출 둔화에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달러당 7위안을 눈앞에 둔 상황이다. 역외시장에서 달러·위안(CNH) 환율은 전일 대비 0.05% 오른 6.97위안대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는 6.99위안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2년래 최고치다. 이날 중국 해관총서는 8월 수출이 3149억2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7.1%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인 12.8%는 물론 전월(18.0%)을 크게 밑도는 것으로 4월 이후 최저치를 보인 것이다.

위안화 뿐만 아니라 자국통화 약세 정책을 펴고 있는 일본 엔화 역시 같은 시간 달러당 전일 대비 0.47%나 오른 144엔대에 거래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엔화가 달러당 150엔까지는 충분히 오를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아시아 통화 약세에 더해 국내증시 위험회피 심리도 커졌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외국인 투자자가 4940억원 가까이 순매도하면서 1.39% 급락했다. 코스닥 지수 역시 외국인이 510억원 팔고 기관도 매도하면서 전일 대비 1.45% 하락 마감했다.

이에 외환당국은 강력한 개입 메시지를 내고 비상 회의도 여는 등 시장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노력했으나 그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단 분석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이미 심리가 ‘무지성 달러 매수’ 쪽으로 쏠려 있는 마당에 당국자들의 발언은 더 이상 약발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런 가운데 수출업체들의 네고(달러 매도) 지연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당국이 실개입에 나서 1388원 이상의 추가 상승을 막긴 했어도 기조적인 상승 흐름을 꺾진 못하고 있다. 1400원 돌파도 시간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환당국은 이날 오후 시중은행 딜러 등 서울외환시장운영협의회와 회의를 열고 시장 상황에 대해 논의한다. 김성욱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과 함께 10여개 주요 은행 관계자들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역시 급등하는 환율을 막기 위한 묘책은 나오기 어려워 보인다.

한편, 이날 서울외국환중개와 한국자금중개에서 거래된 규모는 87억3500만달러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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