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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안 잡힌다”던 갓갓, 20년 베테랑에 ‘덜미’
경북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텔레그램 n번방 운영자인 일명 `갓갓`으로 피의자 A(24)씨를 특정하고 지난 9일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은 이날 갓갓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경찰 소환조사 중 자신이 갓갓이라고 자백했고 경찰은 그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지난 3월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25)이 경찰에 잡히면서 n번방 사건은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됐다. 이후 조주빈의 공범이 연이어 검거됐고 다른 주요 피의자들도 이미 재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지난해 2월부터 텔레그램 방을 만들어 성착취 영상을 판매한 `원조 n번방` 운영자 갓갓의 행방은 묘연했다.
갓갓은 거래소 등에 내역이 남는 가상통화가 아닌 추적이 어려운 문화상품권을 이용해 유료회원의 입장료를 받았고 이미 지난해 9월쯤부터 활동을 하지 않고 있던 터라 수사를 진행할 만한 증거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 때문에 경찰 수사도 속도를 내기 어려웠다.
정 총경이 파견된 이후 갓갓에 대한 수사는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갓갓이 사용했던 IP를 특정해 수사망을 좁혔고 의미 있는 단서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경찰청장 역시 갓갓을 추적하기 위한 상당한 증거를 확보했다며 검거에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수사망을 좁히기 시작한 경찰은 결국 정 총경 투입 한 달여 만에 갓갓 검거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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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웹 손정우, 모텔 초소형 카메라…정 총경 손에 검거
정 총경은 1999년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 발령받은 후 20년 넘도록 사이버범죄 한우물만 파 온 베테랑이다. 그가 처음으로 사이버범죄를 맡았을 당시 아직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IT 기술이 발달하고 사이버범죄가 늘어나면서 사이버범죄 전문가로서 그의 능력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다크웹은 특정 웹브라우저를 사용해야만 접속할 수 있고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사이트 운영자와 이용자를 추적할 수 없는 보안성이 뛰어난 채널이다. 손씨 역시 이를 염두에 두고 이를 활용해 범행을 저질렀고 결제수단도 비트코인으로 받는 등 수사망을 피했다. 이에 대해 정 총경을 비롯한 한국 경찰 수사팀은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 등 외국기관과 공조에 나섰고 지난 2018년 5월 국내 최초로 다크웹 사이트 운영자를 검거하는 쾌거를 이뤘다.
숙박업소 객실에 초소형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1600여명의 투숙객의 사생활을 생중계한 일당을 체포한 사건에서도 정 총경의 역할이 컸다. 이는 모텔 등 42개 객실에 몰래 초소형 불법카메라를 설치하고 해당 카메라를 통해 촬영되는 영상을 실시간 송출하는 방식의 범죄였다.
모든 숙박시설의 객실을 하나하나 방문해 몰래카메라를 찾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정 총경을 비롯한 수사팀은 생중계 카메라(IP 카메라)를 탐지할 수 있는 기술을 자체 개발했고 이를 수사에 활용해 숨은 카메라들을 찾을 수 있었다.
이러한 사이버범죄에서의 공헌을 바탕으로 정 총경은 올해 검경수사권 조정과 함께 신설된 책임수사지도관으로 임명됐다. 책임수사지도관은 중요한 사건에 대해 조언함으로써 수사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총경급으로 구성한 직책이다. 이에 따라 정 총경은 앞으로도 이번 n번방 사건처럼 전국에서 발생하는 주요 사건에 대한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