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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409.3원)보다 22.0원 오른 1431.3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전일 대비 9.7원 오른 1419.0원에 시작한 뒤 상승폭을 무섭게 키우더니 1420원대를 단숨에 돌파하고 점심 이후부턴 상승폭을 25원 가까이 키우면서 1430원대 초중반에서 등락했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는 무려 26.1원이나 급등한 1435.4원까지 올랐다. 환율은 장중 고가 기준으론 2009년 3월 17일 1436.0원, 종가 기준으론 같은달 16일 1440.0원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이날 환율이 22원 폭등한 이유는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달러 대비 하락폭을 키우고 아시아권 통화도 모두 약세 폭을 확대하면서 원화 가치가 동반 추락한 영향이다. 영국 파운드화는 정부가 경제 성장 촉진을 이유로 50년 만에 최대 규모의 감세안을 발표하면서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파운드·달러 환율은 현지시간 25일 오전 2시 35분께 전일 대비 0.63% 하락한 1.0608달러를 기록하며 약세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장중엔 전일 대비 1% 이상 떨어지기도 했다.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시절인 1985년 이후 37년 만에 처음 1.09달러 아래로 떨어진지 하루만에 급락 폭을 더 확대한 것이다.
파운드화 가치 폭락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년까지 기준금리를 4.75% 수준까지 올릴 수 있단 예상에 달러인덱스는 114선 가까이 오른 모습이다. 같은 시간 달러인덱스는 전일 대비 0.66포인트 뛴 113.86을 기록하는 중이다. 장중 파운드화가 1% 넘게 하락했을 땐 달러인덱스도 114선을 웃돌기도 했다. 달러인덱스가 114선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02년 5월 이후 처음이다. 기준금리에 민감한 2년물 미 국채 금리도 전일 대비 0.107%포인트나 오른 4.321%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증시에선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 규모가 크진 않았으나 개인의 매도 우위 등에 하락폭을 3% 이상으로 키웠다. 코스피 지수는 이날 외국인 투자자가 40억원 가량 순매도 하고 개인이 2500억원 가량 팔면서 전일 대비 3.02% 내렸다. 2200선까지 밀리면서 연중 최저치를 나타냈다. 코스닥 지수는 외국인 투자자가 1230억원 가량 샀지만 개인의 매도 우위에 5.07%나 급락해 690선 초반으로 하락했다.
외환당국은 이날 오전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비상경제대응TF 회의를 열고 “금융시장이 주요국과 동조화가 심화된 만큼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모니터링할 것”이라면서 외환시장의 수급 불균형 완화를 위한 대응책의 신속한 집행을 강조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당국의 최근 수급 안정화 노력, 국민연금과의 100억달러 규모 통화 스와프 체결 등 일련의 조치가 시장심리 안정 차원에서는 효과가 일부분 있을 수도 있지만 글로벌 달러 초강세 흐름에 따른 원화 추가 하락을 방어하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올해 내 환율 상단치를 1450원에서 1500원으로 추가 상향 조정 한다“면서 ”당국의 조치가 시장 심리 안정 차원인 만큼 그 효과는 일정 부분 있을 수 있지만 대외적 요인에 의해 환율이 더 오르는 것을 막기엔 부족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서울외국환중개와 한국자금중개에서 거래된 규모는 85억달러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