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내년 ‘제로배달 유니온’ 대수술…참여사·예산 모두 줄인다

서울시, 연말까지 테스트 진행해 대규모 정리
“일정 가맹점 확보·실적 고려해 옥석가리기”
내년 홍보예산 1억원 불과…공공개입 한계도
  • 등록 2021-11-29 오후 3:35:10

    수정 2021-11-29 오후 9:28:05

서울시 제공.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시가 지난해 공정한 배달시장 질서를 내세우며 야심차게 출범시킨 제로배달 유니온사업이 대폭 축소될 위기에 처했다. 출범 1년이 지나도록 배달플랫폼업계 시장점유율이 줄곧 1%대에 그치는 등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하자 협약을 맺은 가맹 업체를 대거 탈락시키고, 내년 예산도 유명무실한 수준으로 책정했다. 서울시 안팎에선 사실상 사업이 정리 수순에 들어간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9월 29일부터 연말까지 시는 제로배달 유니온 사업에 참여 중인 17개 배달중개 플랫폼사를 대상으로 가맹점 현황 파악, 현장 실태 테스트를 진행중이다. 연말까지 서울시가 정한 가맹점 기준이나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배달플랫폼 가맹 계약이 해지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연말까지 각 배달플랫폼사가 가맹점을 2000곳 이상 확보하지 못하거나 가맹점을 확보했더라도 실적이 미미하거나 현장에서 호출시스템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곳 등을 가려낼 것”이라며 “내년부터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일정 수준 자격을 갖춘 업체에게만 가맹 계약을 맺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로배달 CI.
제로배달 유니온은 지난해 6월 높은 배달 중개수수료로 고통받는 소상공인과 배달플랫폼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배달플랫폼사를 지원하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내놓은 배달앱인 ‘배달특급’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배달앱이다. 다만 서비스 주체가 민간이며 서울시의 역할은 중소 배달플랫폼업체와 제로페이 가맹점을 연결하는 중재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공공배달앱인 배달특급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시는 제로배달 유니온 출범 당시 소상공인에게 받는 배달 중개수수료를 2% 이하로 낮추는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면 누구나 사업 참여가 가능하다고 홍보했다. 기존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진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민간 배달앱사들이 10% 내외의 수수료를 받는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조건이다. 그러나 사업 시행 직후 0.72%였던 시장점유율은 10월 말 현재 1.43%로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그동안 배달앱시장이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시장 내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로배달 유니온 월별 실적 추이.(단위:명, %)
업계 관계자는 “이미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메이저급에서 가맹점을 대부분 선점하고 추가로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아무리 중개수수료를 낮춰도 중소플랫폼사가 끼어들 자리는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민간시장 질서로 움직이는 플랫폼시장에 공공이 나선 것 자체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시가 제로배달 유니온 사업을 시작할 때 적정한 기준도 없이 무분별하게 사업자를 받은 것이 문제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첫 출범 당시 많게는 가맹점 갯수가 한자릿 수대에 그치거나 콜센터를 운영하기 힘들 정도로 영업환경이 열악한 곳도 있어 결국 소비자가 외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9월 첫 서비스를 시작할 때 시와 제휴를 맺은 16개 배달앱 중 절반가량은 실제 사업을 시작조차 못했다.

현재 참여 중인 제로배달 유니온 참여사 중 가장 많은 가맹점을 갖춘 곳은 위메프오다. 시가 지난해 말 사업 확장을 위해 국내 배달앱 업계 4위인 위메프오를 신규로 참여시켰다. 현재 위메프오의 가맹점 수가 5만 여개가 넘는데다 전국적인 시장 점유율은 3%에 달한다. 제로배달 유니온 참여사 중 위메프오, 띵동, 먹깨비 등 상위 3곳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거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가 내년 제로배달 유니온 사업 관련 책정한 예산은 약 1억원. 지난해 프로모션을 통해 홍보비를 사용해 올해는 단순히 사업 유지에만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한 수준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에 연말까지 옥석가리기를 진행한 후 내년에는 본격적인 개편을 통해 사업 방향을 고민할 것”이라며 “필요할 경우에는 추경 등을 통해 예산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에서 배달 라이더들이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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