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F2018]‘응답하라' 신원호PD “경험칙 회로를 부숴라, 사람 마음을 읽어라”

제9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강연
“삶은 다원다차방정식…난 창의성 무장한 사람 아냐”
“경험칙의 회로 먼저 부숴야 1등… 2%의 유연성을”
“공감대의 힘은 결국 사람…사람에게서 소재 얻는다”
  • 등록 2018-06-20 오후 2:52:02

    수정 2018-06-20 오후 4:35:06

‘응답하라 1988’과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연출한 신원호 PD가 20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9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세션4에서 ‘기회의 디지털로드:정주행 vs 역주행’이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김미영 조해영 기자] “직장생활 5년차만 되면 같은 업계의 사람들 머리엔 같은 회로가 있다. 그 경험칙의 회로를 먼저 부수는 이가 1등이다.”

신원호 PD가 20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18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 성공의 비결을 전했다. KBS 예능 연출가로서 ‘불후의 명곡’ ‘남자의 자격’ 등으로 인기를 끌다 CJ E&M으로 적을 옮겨 ‘응답하라’ 시리즈, ‘슬기로운 감빵생활’ 등 드라마 히트작을 잇달아 내놓은 스타 PD의 말에 포럼 청중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집중했다.

신 PD는 먼저 스스로를 “대단히 창의적이거나 참신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소개했다. “돈 버는 수완이 있거나 말주변이 좋거나 하면 좋겠지만, 제가 하는 일조차 매번 ‘이게 잘 될까’ 노심초사하면서 사는 직장인일 뿐”이라고 겸손을 보였다.

이어 그는 “삶은 일차방정식 아닌 다원다차방정식이다. 세제곱, 네제곱을 쓰고 있는 변수도 많은 대단히 복잡한 함수”라면서 “제가 잘 나가는 PD 행세를 할 수 있었던 건 능력 밖의 변수들 덕분”이라고 했다.

그가 꼽은 ‘능력 밖의 변수’는 좋은 동료들이다. 여기에 연출가로서 그가 발휘한 ‘경험칙 회로의 파괴’가 더해지면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들이 나왔다.

신 PD는 2009년 ‘남자의 자격’을 연출했던 때에 ‘경험칙 회로’를 스스로 부쉈다. 그는 “그때까지만 해도 예능의 헌법 1조1항은 ‘틀거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등산 같이 힘들거나 낚시처럼 조용한 건 ‘웃겨야 하는’ 예능에서 하면 안되는 것으로 배웠고, 나도 그렇게 가르쳤다”고 했다. 하지만 새로 연출해야 할 프로그램을 정하지 못하고 마감에 쫓기던 그는 ‘하면 안된다는 원칙 때문에 아무도 한 적 없으니, 시청자들도 본 적 없을 게 아닌가’라고 생각하며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지면서 2011년 한국 PD 대상 TV예능 부분 작품상을 그에게 안겼다.

신 PD는 “막판엔 2% 정도를 열어두는 유연성이 제게 가장 유익했다”며 “그간 맞다고 생각해왔던 원칙 중의 어느 한 부분은 지금 틀리지 않을까 하는 열린 마음이 있으면 좋다. 경험칙의 회로를 부숴도 보고 다른 회로들과 이어 붙여도 보면 새로움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10여년을 인기 있는 예능 연출가로 지내다 tvN에서 ‘응답하라 1988’ 등 ‘응답하라’ 시리즈 등을 히트시킨 드라마 연출가로 변신하기까지 겪은 고충도 털어놨다. 예능작가로서 그와 호흡을 맞췄던 이우정 작가 등이 모여 회의를 시작하고 나서야 그들이 ‘드라마 만드는 법’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고, ‘밤샘 연속의 무식한 회의’를 이어갔다는 에피소드들이 이어졌다.

그러면서도 그가 다시 강조한 건 ‘원칙에 대한 유연성’이다. 이 덕분에 드라마 감독로서 그의 강점으로 꼽히는 ‘신인 및 무명배우 발굴과 기용’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신 PD는 “‘응팔’ 주연 캐스팅 때에 ‘주연은 주연급이 해야 한다’는 참견을 많이 들었다”며 “왜 남의 얘기만 듣고 위축돼서 결정을 못하나 생각하다가, ‘주연급’은 아니었지만 오디션에서 참 잘했던 서인국·정은지를 캐스팅했다”고 전했다.

기술이 발달하고 신선하고 새로운 소재가 쏟아져도 결국 천착해야 할 소재는 ‘사람’이라는 게 신 PD가 마지막으로 전한 조언이다. 신 PD는 “소재를 얻는 방법은 무조건 사람이다. ‘응팔’ 때엔 처음에 주변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를 찾았고, 한계에 부딪혀선 ‘88년 쌍문동 거주자’ 등으로 한가득 인터뷰를 했다”며 “아무리 이야기를 기가 막히게 짜는 기술이 있다 해도 소재는 진짜 있었던 사람 속에서 찾아야 시청자와 공명하는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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