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는 이 같은 상장사들의 실적 호조가 하반기 들어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2분기부터 이미 일부 업종에서 영업이익이 둔화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물가 둔화 등에 따른 기업 이익 둔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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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12월 결산 620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02조 9903억원으로 91.43% 급증했다.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반도체 기업의 영업이익이 크게 늘면서 상반기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10조 443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62.29% 증가했고 매출은 74조 683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3.44% 늘었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영업이익이 5조 4685억원으로 흑자 전환했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4.8% 늘어난 16조 4232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를 나타냈다.
상반기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보면 코스피 상장사의 연결 매출액은 3.26% 증가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63.72%, 79.08% 늘었다. 업종별로 17개 업종 중 의약품(36.64%), 서비스업(32.61%), 음식료품(28.53%) 등 13개 업종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고, 전기전자와 전기가스업, 의료정밀 등이 흑자전환했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중심의 수출 회복이 아직 전체 산업으로 확산하지 못한 채 차별적은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라며 “내수 회복이 전제되지 못한 차별화한 성장은 외부 충격에 더 취약한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커 미국의 경기 논쟁에 대해 더욱 주의 깊은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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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상장사의 상반기 실적은 코스피 상장사에 비해선 다소 부진했다. 12월 결산 코스닥 1146개 상장사의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131조 86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과 5조 49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4%, 순이익은 3조 8596억원으로 8.93% 감소했다.
시장에서는 상장사들의 하반기 실적은 상반기 대비 성장이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완화하기는 했지만 기업들의 이익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성장률 둔화 우려가 있어 이익 추정치의 신뢰가 높지는 않고, 3분기 실적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며 “다만 내년 영업이익 증가율이 높거나 올해를 저점으로 이익 턴어라운드가 기대되는 업종에 관심을 가져야하며 조선, 제약·바이오 업종 등이 대표적”이라고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소비가 둔화할 수는 있지만 미국의 경기와 연동하는 수출 기업의 실적이 4분기 말께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기 불안에도 소비는 둔화하고 있지만, 투자는 줄지 않고 있어 미국 경기에 연동되는 중간재·자본재 중심의 한국 수출도 줄지 않고 있다”며 “4분기 말이 되면 완만한 소비 둔화와 견조한 투자 지속,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조합으로 경기가 금방 침체에 빠지지 않으리란 인식이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보며 반도체, 전력설비, 조선 등의 주도력이 다시 강화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