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의 '마지막 승부수'

한진그룹서 긴급 자금 1500억 수혈받기로
"양사 간 계열분리 힘들어 질 수도"
  • 등록 2013-10-30 오후 6:51:59

    수정 2013-10-30 오후 7:17:44

[이데일리 한규란 기자] 최은영(사진) 한진해운(117930) 회장이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일시적인 자금난에 시달리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결국 형님댁인 한진그룹으로부터 긴급자금 1500억 원을 수혈받기로 했다.

한진해운은 공정거래법상 한진그룹에 속해 있지만, 최 회장은 회사를 독립적으로 경영하며 한진그룹과의 ‘계열분리’를 바라왔다. 그러나 이번 지원 과정에서 대한항공의 지분이 더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대한항공은 30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일시적인 자금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한진해운에 1500억 원 긴급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의했다. 한진해운홀딩스가 보유한 한진해운 주식 1920만 6146주를 담보로 한다. 담보 기간은 1년간으로 단기차입이며 대여금 이자율은 5.4% 수준이다.

그동안 한진해운은 해운업 불황 탓에 자금난에 시달렸다. 최 회장이 영구채 발행을 위해 우리은행장과 하나은행장 등을 직접 만나 지급보증을 설득하기도 했지만, 은행들이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황이 부진한데다 부채비율이 높아 지급보증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진해운이 올해 안에 갚아야 할 CP(기업어음)는 2200억 원이다. 내년 3월 돌아오는 회사채 만기는 1800억 원, 4월과 9월에도 각각 600억 원, 1500억 원을 갚아야 한다.

결국 돌파구를 찾지 못한 최 회장은 한진그룹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번에 대한항공이 한진해운 지원 사격에 나서면서 최 회장이 바랐던 양사 간 ‘계열분리’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한진그룹은 창업주 고(故) 조중훈 회장의 장남 조양호 회장, 한진해운은 셋째 고 조수호 회장의 부인 최은영 회장이 이끌고 있다. 두 회사가 사실상 독립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조 회장 측이 한진해운홀딩스(한진해운 지주사) 지분을 보유해 한진해운은 한진그룹 계열사로 분류된다. 현재 한진해운홀딩스 지분 중 최 회장 우호 지분은 50.67%, 조양호 회장 측 지분은 27.45%다.

최 회장은 2008년 경영 일선에 나선 이후 계열 분리를 위한 물밑 작업을 진행해왔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1월 정석기업의 보유지분 4만4000여주를 처분한 데 이어 한진관광 지분도 정리했다. 한진해운이 한진그룹과의 고리를 순차적으로 끊어냈다.

공정거래법상 한진해운이 계열분리를 위해선 조 회장 쪽이 보유 중인 27% 가량의 한진해운홀딩스 지분을 3%까지 낮춰야 한다.

이번 긴급 자금 수혈로 한진해운 입장에선 계열분리 작업이 멀어진 측면이 있다. 한진그룹 입장에서는 이참에 한진해운을 좀 더 지배권 아래 둘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 한진해운이 단기차입금을 갚지 못하면 공격적으로 한진해운 지분이나 한진해운홀딩스의 지분을 추가 매입해 기업 경영에 간섭할 수 있는 확실한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 한진해운이 내년에 적자폭은 줄일 수 있겠지만 단기간에 업황이 좋아지긴 힘든 데다 이번에 지원 받기로 한 1500억 원도 1분기 정도 견딜 수 있는 자금 수준”이라며 “긴급 자금을 지원받았지만 사실상 한진그룹의 그늘에서 벗어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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