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윤석열 명예훼손' 박지원 기소의견…'제보사주'는 무혐의

입건 8개월만 결론…제보사주 의혹, 증거불충분
'윤우진 사건에 윤석열 개입' 발언은 공소제기 요구
"허위사실 유포해 경선 개입했다" 판단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 배당…조만간 처분 예정
  • 등록 2022-06-13 오후 4:50:34

    수정 2022-06-14 오후 4:32:11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른바 ‘제보사주 의혹’ 수사 결과 핵심 피의자인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다만 공수처는 박 전 원장의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및 공직선거법위반 혐의에 대해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의 최종 처분에 따라 박 전 원장의 운명이 결정되는 가운데, 법조계는 공수처 수사대로 결론 날 것으로 전망한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지난해 11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공수처 수사2부(부장 김성문)는 13일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박 전 원장 등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공수처가 지난해 10월 제보사주 의혹을 입건해 수사에 착수한지 8개월여 만에 내린 결론이다.

제보사주 의혹은 ‘고발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씨로부터 시작됐다. 조씨는 지난해 9월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9월 2일이라는 날짜는 우리 원장님이나 제가 원했던 거나 제가 배려받아서 상의했던 날짜가 아니거든요”라고 말하면서, 고발사주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 박 전 원장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확산됐다.

이에 당시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였던 윤 대통령 측은 고발사주 의혹 제기와 관련해 배후에 박 전 원장이 있었다며, 지난해 9월 조씨와 박 전 원장 등을 국가정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수사 결과 공수처는 박 전 원장과 조씨 사이 고발사주 제보를 위한 논의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당사자들이 혐의를 부인한 상태에서 강제수사를 통해 박 전 원장과 조씨 사이 대화 내역을 확보하는 등 전방위적 조사를 펼쳤지만,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원장 본인에 대해선 소환조사에 응하지 않아, 서면조사로 갈음한 것으로 파악됐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최지우 변호사가 지난해 9월 30일 고발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기위해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스1)
공수처는 이날 윤 대통령 측이 제보사주 의혹 고발 이후 고발한 박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위반,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선 기소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판검사 및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공소제기를 할 수 있다.

앞서 윤 대통령 측은 제보사주 의혹 관련 고발장을 접수한 이틀 뒤 박 전 원장이 ‘윤우진 사건’에 윤 대통령이 개입했다는 취지로 언론 인터뷰를 한 것은 경선 개입이라며 추가 고발했다.

박 전 원장은 지난해 9월 언론 인터뷰에서 “윤우진 용산세무서장 (사건이) 나오던데 그걸 맨 먼저 터트린 사람이 누군가 기록을 보라. 내가 다 갖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해당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했고, 본인이 관련 자료를 갖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박 전 원장의 발언은 허위사실로,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를 가졌다고 판단했다. 윤 대통령이 윤 전 서장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의미도 된다. 공수처는 박 전 원장이 관련 자료를 갖고 있다고 언급한 사실도 허위로 봤다.

공수처가 박 전 원장의 일부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한 가운데, 최종 처분은 검찰 ‘몫’이 됐다. 공수처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중앙지검은 공공수사1부(부장 최창민)에 사건을 배당했다. 수사팀은 공수처 수사 자료를 검토한 뒤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다만 이번 공수처의 무혐의 판단과 별개로 박 전 원장의 제보사주 의혹이 검찰에서 재차 판단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는 지난해 11월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가 박 전 원장에 대해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중이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공수처 판단대로 사건을 처분할 것을 예상하면서도, 제보사주 의혹 수사 결과에 대해선 의구심 섞인 시선을 보낸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변호사는 “공수처가 검찰에 넘긴 사건은 사실 관계가 간단하기 때문에 공수처가 공소제기를 요구한 대로 검찰에서 최종 처분이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큰 논란이 됐던 민감한 사건이었던 것에 비해 핵심 피의자인 박 전 원장에 대한 소환조사가 없었던 것을 보면, 충분한 조사가 있었다고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하라는 것이 공수처 설립 취지인데, 이번 수사 결과 미흡한 부분이 있지 않았나 싶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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