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만에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는 '저도'는 어떤 섬?

  • 등록 2017-09-13 오후 1:15:56

    수정 2017-09-13 오후 1:15:56

대통령 휴양섬 거제 저도(사진=거제시청)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90년만에 경남 거제의 저도(猪島)가 국민의 품으로 돌아올 전망이다. 거제시는 청와대가 저도를 개방하고, 시가 관리권을 넘겨받는 방안을 7월부터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저도 반환을 공약한 데 따른 것이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저도가 일반에 개방되 될 수 있을 것으로 거제시는 예상했다.

저도는 경남 거제시 장목면 유호리 산 88-1. 면적 43만4182㎡, 해안선 길이는 3150m다. 거제의 대표적 관광지인 외도의 3배 크기다. 먼 바다에서 진해만 안으로 들어가는 길목인 거제도와 부산 가덕도 사이 요충지에 있다. 면적 가운데 94.3%(40만 9515㎡)는 국방부 소유다. 거가대교가 지나가는 2만 4666㎡는 경남도 소유다. 섬 전체가 해송과 동백이 군락을 이룬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돼지가 누워 있는 모습을 닮아 섬 이름에 ‘돼지 저(猪)’가 들어 있다.

이 작은 섬은 일제가 강점하면서부터 시련을 맞았다. 섬의 평화는 주민들의 이삿짐에 실려 저도 밖으로 쫓겨났다. 일본군이 섬에 진주해 지하 벙커를 파고 통신소와 탄약고를 지었다. 광복 뒤엔 주한연합군이 물려받아 썼다. 1954년 해군이 접수한 뒤로 저도는 대통령 이승만의 휴양지가 됐다. 침략군에 점령되고 한국군에 점유되는 동안 30~50여가구(주민 기억마다 차이)가 섬에서 내몰렸다. .

1954년 국방부가 소유권을 넘겨받은 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여름 휴양지로 이용했다. 1967년 저도를 처음 방문한 뒤 저도를 자주 찾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저도에서 낮 시간을 보내고 밤이 되면 경비정을 이용해 진해 공관숙소로 돌아갔다. 박 전 대통령은 이런게 번거러워 저도에 숙소 건물을 짓도록 했다. 1972년 화강암 자재로 지은 2층 규모의 숙소 건물을 본 박 전 대통령은 ‘호화롭게 지었다’며 경호실을 나무랐지만 섬 풍광에 매료돼 이름을 ‘바다 위 청와대’라는 뜻의 ‘청해대’로 짓고 대통령 공식 별장으로 지정했다. 별장 신축과 함께 선진강 모래를 운송해 길이 200여m의 해수욕장도 조성했다. 9홀 규모의 작은 골프장도 만들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도 청와대 경호실 근무 때 박 전 대통령을 수행해 저도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여년이 흐른 93년 11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지시로 대통령 별장 지정을 해제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 행정구역도 진해시에서 거제시로 환원됐다. 그러나 소유권은 그대로 국방부에 두고 해군이 관리토록 했다. 저도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2013년 7월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휴가를 내고 찾은 저도 해변 모래 위해 나뭇가지로 ‘저도의 추억’을 써넣는 모습의 사진을 인터넷으로 공개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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