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의존 줄인다”… 조선업계, 기자재·기술 국산화 ‘속도’

현대重, 컨테이너선용 에너지저감장치 개발·탑재
유럽업체 독점 분야, 독자개발로 기술료 등 절감
대우조선 LNG 재액화시스템 개발해 첫 적용키도
삼성重도 액화공정 美선급 첫 인증, 수주경쟁력↑
  • 등록 2020-09-02 오후 1:44:59

    수정 2020-09-02 오후 9:28:20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최근 고효율 핵심 기술 국산화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그간 유럽·미국 등 해외업체들이 주도해 온 핵심 기자재 및 기술들을 자체 개발하면서 액화천연가스(LNG)선과 컨테이너선 시장에서의 기술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조선해양사업부는 최근 자체 개발한 컨테이너선용 에너지저감장치(Hi-PSD)를 1만5900TEU(20피트 컨테이너)급 컨테이너선에 첫 탑재했다. 해당 장치는 프로펠러 앞 부분에 설치돼 기름의 흐름 등을 제어하는 ‘선박용 전류 덕트(공기나 기타 유체가 흐르는 통로 및 구조물)’다. 기포 발생과 불안정한 진동을 줄여주고 연료 효율을 3% 가량 개선시켜주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친환경 규제 대응에 효과적이다.

해당 장치는 그간 유럽 기자재업체들이 독점해왔던 분야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장치 개발로 로열티 등 기술료를 크게 절감할 수 있게 됐고, 관련 선형과 프로펠러 등과의 통합 설계를 진행해 선박 성능도 극대화할 수 있게 됐다. 더불어 현대중공업은 최근 2만3000TEU급 저속 컨테이너선 2종에 대한 설계기술 개발에도 성공하는 등 컨테이너선 관련 기술력 확보에 다각도로 나서고 있다.

대우조선해양(042660)도 지난 6월 러시아 선주로부터 수주한 36만㎥급 LNG-저장·환적설비(FSU) 2척에 자체 개발한 신규 재액화시스템 ‘NRS’를 최근 적용했다. 화물창에서 자연스럽게 기화하는 천연가스를 재액화해 다시 화물창에 투입하는 장치다. 질소를 냉매로 이용하면서 LNG 냉열을 최대한 회수해 효율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주요 장비들의 국산화 시도다. 대우조선은 자체 설계를 통해 압축기, 팽창기 등 주요 장비들을 한화파워시스템과 함께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최초로 국내에서 개발한 핵심 장비를 해양플랜트급 설비에 적용한 첫 사례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다양한 친환경 및 디지털 기술이 접목된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동시에 기자재 국산화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중공업(010140)도 LNG 액화공정 기술을 미국선급협회(ABS)로부터 인증을 받는 등 기술 국산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3년 만에 해당 기술 개발에 성공해 지난 1일 ABS로부터 상세설계 인증을 획득했다. 그간 해당 기술은 미국, 호주 등 일부 해외업체들만 보유하고 있었지만 삼성중공업은 기술료 등을 절감하고 수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독자 개발해왔다. LNG 1t 생산시 필요한 전력 소모를 기존 액화공정보다 최대 13%까지 낮춰 경제성을 제고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조선 강국이라고는 하지만 핵심 기자재와 일부 기술들은 여전히 유럽 등 해외 업체들의 의존도가 높아 기술료 등으로 많은 돈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게 현실”이라며 “최근 국내 업체들이 독자 기술개발에 나서면서 국산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선주들로부터 신뢰성 등 인정을 받아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근로자가 선박 프로펠러 앞부분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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