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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지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앞두고도 매파(통화긴축 선호) 발언 나왔지만 결국 고용지표 하나 엉망으로 나오니 금리 인상은 물 건너갔던 학습효과가 강하죠.”
29일 원·달러 환율이 1% 넘게 상승 출발했지만 그 폭을 줄여나가자 한 시중은행의 외환딜러는 이렇게 말했다. 원화뿐만 아니라 다른 아시아 통화도 약세 폭이 크지 않았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잭슨홀 심포지엄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 주요 인사들이 금리 인상을 시사했음에도 외환시장은 예상보다 큰 동요는 없었다. 이보다 지표를 확인하려는 긴장감이 더욱 팽팽해졌다.
약세 폭 줄인 亞 통화…“지표 확인해야”
29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1.30원(1.01%) 상승한 11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원화 약세).
장중 1% 넘게 상승 출발하긴 했다. 다만 1128.50원까지만 오르면서 지난주(22~26일) 고점이었던 1128.70원을 넘지는 못했다. 종가 기준으로도 이번달 최고치인 1126.50원에 못 미쳤다.
외환시장에서의 경계감이 짙어진 이유는 연준이 ‘지표 의존적(data-dependence)’ 태도를 유지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최근 몇달 새 금리 인상 여건이 강해졌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은 연내 2번까지도 정책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풀이했다. 피셔 부의장은 그러면서도 “지표를 확인할 때까지 (실제 금리 인상 여부를) 알 수 없다”는 단서를 붙였다.
더구나 연준이 눈여겨보는 지표는 이번주에 몰려있다. 섣불리 포지션을 잡기 어려운 이유다. 당장 한국시간으로 이날 밤 연준이 목표로 삼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7월분이 발표된다. 시장이 예상한 전월비 상승률은 0.1%다.
민경원 NH선물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아직 구체적으로 언급된 것은 아니다”라며 “인상을 결정 지을 수 있는 지표를 확인하려는 심리가 강해졌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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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성 확대 불가피”
시장은 당분간 변동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월말과 추석 전에 수출업체 네고물량이 나올 수 있다. 특히 이들 네고물량은 원화가 1090원대까지 오르는 등 약(弱)달러에 환전 시점을 놓쳤던 물량도 일부 있어 상단을 가로막을 가능성이 높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네고물량이 나오면서 상승 폭이 둔해지자 원·달러 환율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했던 롱(달러 매수) 포지션이 반대로 ‘팔자’로 돌아서기도 했다”고 전했다.
역외도 뚜렷한 방향성을 나타내고 있지 않다. 한 외국계은행 딜러는 “장 초반과 달리 역외에서도 추격 (달러) 매수세가 덜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다음달 미국뿐 아니라 일본, 우리나라 등도 통화정책 회의를 앞뒀다”며 “여러 이벤트를 앞두고 당분간 지지력을 확인하면서 1100~1140원 사이에서 움직임을 나타낼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