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무관정보' 무분별 보관 관행…"제3기관으로 이관해야"

수사기관 전자정보 보관 문제점·대응방안 토론
檢, 압수 디지털매체 이미징 뒤 전체보관 관행
"관행, 대법 판례에도 어긋나 헌법 가치 훼손"
대검 "이미지파일 전체보관 공소유지 위한 것"
  • 등록 2024-07-02 오후 3:07:45

    수정 2024-07-02 오후 3:45:26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대검찰청 전국디지털수사망(디넷)에 혐의와 무관한 디지털 증거가 무분별하게 수집 및 보관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된 가운데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영장에 따라 수집한 디지털 증거를 디넷이 아닌 제3의 기관에 보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참여연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센터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수사기관 전자정보 보관 문제점과 대응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의견을 나눴다.

디넷 이미지파일 등록 증가세…대법, 디넷 활용한 별건 수사 질타키도

검찰은 압수수색으로 취득한 휴대전화 등 매체에 대해 전체 전자정보를 이미징한 다음 복제한 전체 이미지파일을 디넷에 업로드해 보관한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이 없는 ‘무관정보’까지 보관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106조에 따르면 압수수색에 대해선 범죄 혐의와 관련 있는 ‘선별압수’를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검찰은 자체적인 예규에 따라 일부 예외사항을 둬 이미지파일 전체를 보관하는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디넷에 등록된 연간 모바일 증거 이미지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부터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전자정보의 압수 및 보관·폐기에 관한 개선방안’ 발제를 맡은 권경선(40·사법연수원 39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개인 의견이라는 점을 전제로 “(검찰의 이같은 관행은) 새로운 수사를 위해 활용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실제 지난 4월 대법원은 청탁금지법 위반·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원주지청 직원의 상고심에서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고, 춘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검찰이 압수수색 한 휴대전화 전자정보 전체를 보관하면서 다른 사람에 대한 정보를 찾아내 벌인 것은 위법 수사라고 판시했다. 즉, 검찰이 디넷에 등록된 전체 이미지파일을 활용해 별건수사를 한 걸 질타한 것이다.

이에 따라 권 부장판사는 검찰의 관행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전자정보를 제3의 기관에 보관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권 부장판사는 “전체 이미지파일을 현재와 같이 일단 디넷에 등록하되 압수수색 영장 집행이 끝나는 시점에 제3의 기관에 무관정보만을 이전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수사기관이 압수한 매체에 대해서 선별할 때는 수사관들에게 접근권한만을 일시적으로 부여한 뒤, 선별작업이 끝나면 유관정보만을 보관하고 무관정보는 폐기하는 식이다.

이날 또 다른 발제를 맡은 오병두 홍익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검찰의 디넷 관행 개선방안으로 △압수영장과 수색영장의 분리 △독립한 디지털포렉식 기관의 설치 △저장매체 반환의무와 무관정보 폐기 및 통보 의무 위반 시의 형사처벌 등을 꼽았다.

“검찰의 디넷 관행 엄연한 위헌…얻는 공익보다 침해 사익 커”

검찰의 디넷 관행은 헌법의 가치에 비춰봐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황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법전원) 교수는 “검찰의 관행은 ‘디지털 증거의 수집·분석 및 관리 규정’이라는 행정규칙에 근거한 것일 뿐 명확한 법률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디넷의 문제는 사법(대법원 판례)의 취지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헌법상 권력분립 및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도 충실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표면적으로 헌법 규정에 저촉된다는 수준이 아니라 근대 헌법의 중심적 기획을 훼손한다는 측면에서 위헌성이 더욱 크다”며 “수사와 재판에서 디지털 증거의 무결성을 소명하는 일은 중요하지만, 헌법이 설정한 제약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면기 경찰대학 법학과 교수도 “형사절차의 완벽한 입증은 중요하고, 기술적으로 이미지 파일을 보관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도 “하지만 법원이 (재판 과정에서) 완벽한 입증을 기준으로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전체 이미지파일을 보관함으로서 얻는) 공익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꼬집었다. 반면, 검찰의 디넷 관행으로 인해 침해되는 사익은 크다고도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한상희 건국대 법전원 교수·참여연대 공동대표도 “디넷 관행을 살펴보면 검찰은 공익과 사익이 아닌 ‘검찰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한편 대검찰청은 디넷 논란과 관련해 전체 이미지파일이 없으면 공소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부득이하게 수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무관정보는 별건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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