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국토교통부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의 ‘3기 신도시 참여 추진’에 대해 “본연의 책무를 먼저 다하고 나서 사업 측면에서 이야기해야 한다”며 “서울시 내에서 진행하는 공사의 주택 공급 책무가 먼저다”고 선을 그었다. 그간 SH공사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상대로 사업 시행이 미흡하다며 공격적인 태도를 보인 데 대해 국토부가 날 선 비판을 가한 것이다. 국토부가 부정적인 의견을 공식화하면서 SH공사의 3기 신도시 사업참여는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진현환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12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LH 혁신 및 건설카르텔 혁파방안 브리핑’에서 “SH는 서울시 내에 주택을 만드는 지방주택공기업이다.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싶은 것 같은데 행정안전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며 “SH가 참여하려면 먼저 자기들 책무를 다해야 한다. 점검해보니 5000가구 공급 계획 중 30%인 1500가구만 공급할 수 있다고 한다. 본연 책무를 먼저 하고 사업 측면에서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 김오진 국토교통부 1차관이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LH 혁신 및 건설 카르텔 혁파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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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진현환 실장은 “내부적인 프로세스와 SH의 책무부터 (이행)하고 경기도 사업 참여 이야기를 해야지 그것도 안 하고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며 “SH가 사장님 철학 때문에 매입 임대를 안 하고 있다. 그런 부분도 안 하는 데 경기도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건 건의할 단계도 아니다”고 언급했다.
SH공사는 김헌동 사장 취임 이후 꾸준히 3기 신도시 참여를 타진해왔고 지난 9월 국토부에 정식 요청하면서 본격적인 논쟁이 이어졌다. LH의 혁신안과 조직 개편 문제, 토지보상 등의 문제가 불거지자 SH공사는 3기 신도시 참여 추진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SH공사는 지난 10월 국토부에 현재 미보상 지구인 광명시흥을 포함한 과천, 남양주왕숙2, 하남교산 등 4개 지구에 사업시행자 참여를 통한 공공주택(임대주택 등) 용지 확보를 제안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정부가 발표한 신규 공공주택지구 중 서울시와 가장 인접한 구리토평2지구를 비롯해 기존 3기 신도시 중 △광명시흥 △과천 △남양주왕숙2 △하남교산 4곳 등 총 5곳 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추가 건의했다. SH공사 측은 LH가 3기 신도시에 대한 사업승인을 받고도 보상·착공 지연 등으로 애초 목표로 한 시기에 주택을 공급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자금 여력이 있는 SH가 나서 장기전세주택과 장기 공공임대주택, ‘건물만 분양 백년주택’ 등을 공급하겠단 주장이다. 실제로 SH공사는 지난 2004년 의정부시 장암동 상계장암지구 개발을 진행했고, LH와 위례신도시 공동 개발 등을 추진한 바 있다.
또 국토부가 지난 10년간 LH에 서울서초, 서울강남, 수서 역세권 등 서울지역 주요 택지개발사업 시행권을 부여했지만 SH공사는 서울시 내 공공주택 공급 부지를 제대로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란 점도 피력했다.
문제는 행안부의 유권해석 결과 SH공사의 3기 신도시 참여가 긍정적으로 나온다고 해도 국토부 장관, 서울시장, 서울시의회, 경기도 등의 동의를 받아야만 진행할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SH공사 측은 “유권해석에 따라 사업지정권자인 국토부가 결정할 예정인 만큼 SH공사는 그에 따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