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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 대화’에 대해서만 녹음을 금지하도록 하고 있다. 즉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제 3자가 남들의 대화를 몰래 녹음했다면 불법이 되는 것이다. 윤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타인간 대화’에 한정한 금지 대상을 ‘대화 상대방’까지 확대하도록 하고 있다. 대화에 참여한 당사자가 녹음했더라도 상대방의 동의가 없다면 모두 ‘불법 녹음’으로 규정된다.
대화 녹음 유출뿐 아니라 녹음 행위만으로 최대 징역 10년
통신비밀보호법은 불법 대화 녹음에 대해 유출뿐 아니라 녹음 행위 그 자체로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반 시 징역 1년 이상 10년 이하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정도로 처벌이 강하다.
하지만 법조계 등을 중심으로 윤 의원이 내놓은 개정안에 대한 반발은 여전하다. 애초에 윤 의원이 내놓은 개정안의 경우 아무런 예외조항도 담지 않으며, ‘상대방의 동의 없는 대화 녹음’을 제 3자 간 대화를 몰래 녹음한 것과 같은 처벌을 두게 하고 있다.
한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는 “국회에 제출된 개정안에는 ‘피해자 보호’를 위한 단서 조항이 하나도 담겨 있지 않았다. 원안 그대로 통과될 경우 ‘동의 없는 당사자 녹음’은 원칙적으로 불법이 된다”며 “이를 ‘지나친 비약’이라고 지적한 윤 의원 태도가 황당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설령 수정안대로 통과 되더라도 피해자가 아닌 자의 공익적 제보는 불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현재도 민사로 책임 물을 수 있어…“개정안, 과잉 규제”
아울러 피해자로선 녹음을 통한 증거 확보를 위해 장기간 녹음을 할 수밖에 없다. 결국 갑질과 무관한 대화도 장시간 녹음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 경우 모든 대화를 ‘예외 규정’으로 둘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또 녹음을 통해 갑질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경우엔, 피해자로선 통신비밀보호법 처벌을 위해 갑질 피해를 증명해야 하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개정안이나 수정안이 결과적으로 사회적 약자의 부조리 고발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손지원 변호사는 “사회 고발 활동과 이를 중점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언론 활동을 크게 위축시킨다는 면에서 공익을 현저히 해하는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오픈넷은 “보호가치가 낮거나 불분명한 ‘음성권’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진실한 사실을 기록하고 증명하기 위한 행위를 형사처벌한다는 것은 위헌적 과잉 규제”라며 “현재도 인격권이나 사생활 침해적 성격이 강한 대화를 공개한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 녹음만으로 과중한 형사처벌을 규정하는 이번 개정안은 위헌성이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